스물여섯살 저자의 40일 여정 … 느리게 걷는 행복 맛보기

<청춘, 카미노에서 꽃피다>(강선희·푸른길)는 스물여섯 살의 저자가 훌쩍 유럽으로 떠나 스페인 산티에고를 향하는 여정을 담고 있는 여행기다.

유럽에 대한 동경, 서구에 대한 환상이 눈에 거슬리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변변한 직장도 갖지 못하고 무엇을 해야할 지 고뇌하는 청춘이 여행을 떠났다는데 일단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다.

'내 꿈이 뭘까?'를 고민만 하던 '생각하는 청춘'이었던 저자는 아무 목적도 없이 일단 산티아고로 떠났다.

6개월간 밤낮으로 아르바이트를 하여 모은 돈으로. 무엇을 얻으리라는 기대가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그 '무엇'이 대체 어떤 건지도 생각해 보지 않은 채 돈을 모으고 그 돈으로 비행기표부터 끊었다.

그리고 이렇게 목적 없는 여행을 반대할 것이 뻔한 부모님에게는 공항에서 전화로 여행을 통보했다.

그렇게 도착한 산티아고에서 저자를 기다리고 있는 건 생각보다 훨씬 힘든 코스와 딱딱한 침대, 그리고 같은 목적지를 향해 걷는 수많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그날의 목적지를 정하고 해가 뜨면 일어나 걷고, 밥을 먹고,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무사히 도착했음에 안도하고 하루를 마감하는 나날들. 하지만 이런 날들 중에서도 어떤 날씨를 만날지, 어떤 동행인을 만나고 어떤 알베르게에 머무를지는 그야말로 복불복이다.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 너무 힘든 나머지 길에서 드러누워 잠들고, 길을 잘못 들어 한참을 돌아가고, 베드버그에 물려 병원과 약국을 오가고, 이런 좌충우돌의 여행길에서 저자는 타고난 '오픈 마인드'로 길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에게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생전 처음 가보는 스페인에 대해서, 카미노에 대해서, 그들은 왜 이 길을 걷는지에 대해서… 함께 걷다가 선택하는 길이 다르면 다시 헤어지고 그러다 다시 만나고, 이런 만남과 헤어짐 속에서 저자는 국적, 직업, 나이에 상관없이 오로지 그 사람 자체와 대면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는 진정 어떤 사람인지를 고민하고 반성하고 그런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그러다 같은 알베르게에서 하룻밤 같이 묵게 된 초록색 눈을 가진 스페인 남자에게 첫눈에 반해 매일 밤 그와 함께 걷는 길을 꿈꾸며 잠이 들기도 한다.

책의 표지 그림부터 본문에 들어가는 지도 및 일러스트까지 모두 저자가 직접 그렸다.

자신이 뭘 해야 할지 몰라 세월을 보내며 지루하던 저자는 다녀온 뒤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그리느라 태어나서 가장 바쁘고 재미있는 3개월을 보냈다.

그리고 그 여행기는 카미노 커뮤니티에서 가장 댓글이 많이 달리는 글이 되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40여 일간의 이 여정 동안 무엇을 배우고 느낄지는 온전히 걷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하지만 조급해 하지 않아도 된다.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도착하게 될 테니까.

느리게 걷는 걸음, 느리게 가는 시간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행복한 기분은 목적지까지 걸어서 가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이다. 이 책은 느리게 가는 모든 사람들이 읽고 같이 웃을 수 있는 여행기이다.

/조혁신기자 mrpen68@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