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힘
강준만 교수'안철수 자질론'조목조목 비평
   
 


우리 시대의 대표 논객, 강준만 교수가 <안철수의 힘>(인물과 사상사)을 펴내고 안철수 지지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올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선언문은 아니다.

<안철수의 힘>에서 강준만은 대통령 후보로서의 안철수 자질론, 진보와 보수 진영의 안철수 비판론, 정권 교체론과 박근혜 대세론 등 올 대선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들을 거침없는 문체로 비평하고 있다.

전무한 정치 경험을 이유로 '안철수 대통령은 없다'라고 단언한 일각의 주장에 대해 강준만은 지난 세월 한국 사회는 '대통령은 정치인이 해야 한다'는 원칙을 충실히 수행해온 셈인데, 과연 그 결과가 무엇이었느냐고 되묻는다.

세계 10위권 규모의 민주 국가 운운하며 정당정치의 중요성을 제기한 주장에 대해서도 지은이는 한국의 '포장마차 정당론'을 언급하며, 컴퓨터 게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심심하면 때려 부수고 다시 만드는 정당 정치를 펼치면서 세계 10위권 규모 민주 국가라는 기준으로 한국의 현실을 설명할 수 있느냐고 반격한다. 야권의 박근혜 비판론에 대해선 비판의 주된 화두가 고작 '독재자의 딸이냐'며, 이는 콘텐츠의 빈곤을 드러낼 뿐이라고 강조한다.

한편 2012 시대정신을 '증오의 종언'으로 규정한 강준만은 지난 10년 동안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이게 다 노무현 때문'과 '이게 다 이명박 때문'이라는 정서에 이의를 제기한다. 증오가 정치의 주요 동력과 콘텐츠가 되고 시종일관 진영 논리의 포로가 돼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증오 시대에는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이념과 진영 논리에서 자유로운 안철수야말로 증오 시대를 끝낼 수 있는 적임자라는 게 강준만의 결론이다.

강준만은 머리말에서 안철수 지지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한다. 그 중 강준만은 안철수는 증오 시대를 끝낼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는 "우리 정치권은 승자 독식이 반복되기 때문에 결국 증오의 악순환에 빠진다"며 "여나 야 누가 이기든 국민의 절반이 절망한다"고 말한다. 또 그는 "상대방을 지지하는 국민 절반을 적으로 돌리고, 국민을 반으로 갈라놓는 낡은 프레임과 낡은 체제로는 아무런 사회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라고 말한다.

또한 강준만은 안철수 현상을 불러일으킨 배경을 분석한다. 강준만은 안철수 현상이 역사의 산물이라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좀 더 미시적이고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노무현 정권이 만든 산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안철수 현상의 뿌리는 그동안 한국 정치가 보여준 극단적인 정치 양극화와 편 가르기, 진영 논리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 결과 이 시대는 타협을 모르는 '증오 시대'로 판변했다고 본다.

강준만은 우리는 4·19혁명에서 6월 민주항쟁에 이르기까지 홍수 민주주의라는 축복을 누려왔다고 설명한다. 그는 안철수의 선택과 결단이야말로 시대적 우연에 의해 요구된 것일망정, 그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축복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조혁신기자 mrpen68@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