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라도 통하면 『형, 내 앞날을 책임져. 왜 그렇게 분별없이 행동해. 썅!』 하고 답답한 가슴이 후련해질 정도로 성깔이라도 한번 부려보고 싶었지만 조국이 북과 남으로 분단되어 있어 끓어오르는 울분도 풀 수 없었다.

 통일만 되어 봐라. 내가 제일 먼저 형이 있는 데를 찾아가 면상을 한 대 후려갈겨 놓을 테니까…도대체 형이 되어 가지고서리 말이야….

 혼자서 그렇게 궁시렁거리며 큰길을 건너니까 이내 은혜역으로 나가는 버스정류장이 나왔다. 그는 버스정류장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보다 먼저 와서 버스를 기다리던 남자들이 자꾸 자신의 손목시계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저희들끼리 낮은 목소리로 쑥덕거렸다. 인영은 돌아선 채로 그들이 주고받는 상스러운 말들을 들으며 버스를 기다렸다.

 『야, 어제 만난 그 새씨개 같은 세끼는 어느 빠라(조직)에 있다고 했어?』

 『꼬매(꼬마)가 역전 쨩돌 빠라에 있었다고 했어….』

 『그 세끼, 악지가리(주둥이)는 와 길케 죽사발이 되었대?』

 『형들하고 어울려 다니며 학생들 똑딱이(시계) 벗겨먹다 창통(경찰)에 끌려가 개뚱매(죽지않을 만큼 맞는 매)를 당했대.』

 『뚜룩(집)은 어디래?』

 『째포(북송교포)들이 몰려 사는 역전골목 뒤쪽이래.』

 『꼬매가 그러는데 농끼(촌놈)처럼 생겨도 땡줄 서리(버스 정류장 소매치기) 하나는 귀신이래. 기래서 형들이 걔를 데리고 다녔대.』

 어떻게 보면 두 명은 고등중학교 고등반(5∼6학년) 학생들 같고, 두 명은 집 나와 떼지어 몰려다니는 꽃제비 같은 느낌이 들어 인영은 괜히 신경이 곤두섰다.

 저 꽃제비 자식이 왜 자꾸 내 손목시계를 쳐다보며 쑤군거릴까?

 인영은 힐끔힐끔 자신을 쳐다보는 두 명의 꽃제비들을 건너다보며 빨리 버스가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그의 뒤에 서 있던 한 꽃제비가 곁에 있는 꽃제비를 보고 물었다.

 『야, 뱃대기 시려서 미치갔어. 어데 한 콜 까시러(밥 먹으로) 가자.

 『씽(돈) 있어야지.』

 『렬차 들어올 시간이 다 됐는데 역전으로 가서 하꼬놀이(열차 소매치기)나 한 판 벌일까?』

 『요사이 문차기꾼(도둑)들이 설쳐대서 철로변에도 창통(경찰)들이 깔려 있어. 기러니까 하꼬놀이(열차 소매치기)는 그만 두고 장마당으로 들어가 깍대기(지갑)나 하나 뽑아 순대나 채우자. 빠라(조직)를 위해 며칠 동안 뚜룩(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야생 쳤더니(노숙을 했더니) 깡타이(강냉이밥)도 그리워.』

 『장마당에도 창통(경찰)들이 깔려 있어 꼴방 들기(헛탕치기) 씹상이야. 집어 치워!』

 『형, 기럼 내 따라 와. 내가 깡타이(강냉이밥)에다 빠글(담배)은 해결해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