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서재
제왕의 필독서'로 살펴본 지도자 내면·정치방향
   
 


<왕의 서재>(소준섭·어젠다)는 옛 제왕들이 수신과 치국을 위해 무슨 책을 읽고 어떻게 학습했는지를 살펴보는 책이다. 제왕의 필독서는 당대의 시대적 맥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책으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정신 또는 시대상황까지 일별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과거 정치 지도자들의 내면을 엿보는 책이기도 하다.

옛 제왕들은 아주 어릴 적부터 특별한 교육을 받았고, 이러한 학습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그들은 거의 매일 경연(經筵)이라는 학습제도를 통해 당대의 가장 뛰어난 석학들과 경학을 논하면서 각고의 학습을 수행해야만 했다.

제왕의 학습제도인 '경연'이란 원래 중국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그 제도가 꽃피운 것은 다름 아닌 조선이었다. 조선은 중국과 다른 독자적인 방식과 내용으로 제왕의 학습 시스템을 정교하게 구축하였고, 이것은 조선 제국이 붕괴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이 책은 모두 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장 '왕의 서재'에서는 제왕학이 무엇인가를 알아보고 아울러 옛 제왕들의 학습제도였던 중국의 경연에 대하여 살펴보고 있다. 이어서 2장 '조선 국왕들의 경연'에서는 그 경연제도가 가장 체계적으로 작동한 조선에서 국왕들은 어떤 책을 집중적으로 읽고 공부하며 어떤 정치를 실현하고자 했는지 구체적으로 기술한다. 3장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군주로 손꼽히는 세종과 정조에 대하여 그 생각의 깊이와 삶의 생생한 기록 그리고 학습의 장면들을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사서삼경을 비롯한 제왕학의 각종 교재들에 대한 브리핑을 곁들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흔히 드라마를 보면 조선시대 제왕들의 모습을 무능하고 신하와 외척, 후궁들에게 휘둘리는, 어리석은 군주로 묘사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성군 세종은 "<시경>에는 말하기를, '부유한 사람은 좋건만 외롭고 의지할 곳 없는 이 사람들이 가엾구나'라고 하였다. 이제 너희 수령들이 만약 혹이나 다시 전례의 잘못을 되풀이하여 백성들에게 폐해를 끼치는 일이 있으면, 오직 나는 너에게 벌주어 조금이라도 용서함이 없을 것이다"고 말하는데, <시경>의 인본주의를 통찰하고 있는 세종의 학습 수준을 알 수 있다.

또 여색의 치맛자락에서 정치를 펼친 군주로 회자화되는 숙종의 경우 "하루 경연을 정지하면 학문 공부가 끊어진다. 공자가 말하기를, '아침에 도를 들어 깨달으면 저녁에 죽더라도 좋다'라고 하였다. 내가 닭이 처음 울면 곧 책을 펴고 성현을 대하여 부지런히 힘쓰고 게을리 하지 아니하였으니, 혹시 옛사람의 일컬은 바, '오늘 배우지 아니하여도 내일이 있다고 이르지 말라'는 경계에 어긋남이 있을 것을 두려워한 것이었다"며 학문을 갈고 닦는 것을 매우 중요시 여기고 있다.

/조혁신기자 chohs@itiem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