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측이 당초 12일로 예정돼 있었던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방문 일정을 하루 연기해줄 것을 요청해옴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 박준영 대변인은 11일 『북측이 「기술적인 준비 관계로 불가피하게 (방북일정을) 하루 늦춰 6월13일부터 15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김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토록 변경해 줄 것을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기술적인 준비 관계」와 관련, 『순수한 행사 준비로 추정된다』고 밝혔으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일정을 하루 늦춘데는 나름대로의 복잡한 사정이 얽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북측이 김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30시간도 남겨놓지 않은 10일 밤 늦은 시점에 갑작스레 방북 연기를 요청하는 「긴급전언문」을 보내온 것은 김 대통령의 평양방문일정을 불가피하게 수정해야 할 이유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 첫번째 이유로는 최근 국내 언론의 김 대통령 방북 일정 보도와 관련, 김 대통령의 평양 방문시 「안전문제」가 고려된 것이라는 관측이 꼽히고 있다.

 이는 박준영 대변인이 지난 9일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최근 언론들이 확정되지 않은 회담 일정, 참석자, 행사 방문지 등을 보도하고 있는데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확정되지 않은 추측성 보도는 정상회담 자체와 분위기에 대단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외교 의전 관행상 정상회담은 사후에 발표하는 것으로 돼 있다』면서 『북한은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는 평양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김 대통령의 「안전 문제」를 철저히 고려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김 대통령의 평양 「동선(動線)」이 상당부분 노출된 상태에서는 행사를 그대로 치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일부 변경하기 위한 조치가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두번째로 꼽을 수 있는 배경은 북한과 남측 선발대간의 행사준비 협의과정에서 민족사의 중대한 전기가 될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완벽하게 치르기 위해 준비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

 그간의 준비과정에서 사진 송출 등 기술적 문제가 아직 완전히 해결된 것이 아니어서 순수한 기술상의 문제를 보완할 필요성이 있어 회담 연기를 요청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함께 북측이 행사준비 과정에서 미리 예측하지 못한 문제를 발견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차원에서 회담을 하루 늦췄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이유들을 포괄해 정부는 북측이 회담일정의 「순연」을 요청한 것은 어디까지나 김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철저히 준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박준영 대변인이 『회담을 잘 준비하기 위해서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나 박재규 통일부 장관이 『북측이 손님을 초청하는 입장에서 준비에 만전을 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이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특히 정부는 북측의 회담 연기 요청이 극단적인 상황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박 대변인은 『김 대통령의 평양방문과 체류 일정은 순연된 것일뿐』이라면서 『방북 일정은 당초 합의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