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와 푸른 결계
도심속 종묘·고궁 상징적 의미 녹여낸 판타지 동화
   
 


<연두와 푸른 결계>(김종렬·도서출판 다림)는 삭막한 도시 안에서 종묘와 고궁들이 품고 있는 상징과 작가의 상상력이 버무려진 판타지 동화다. 평범한 열두 살 소녀 연두가 종묘를 통해 들어간 신들의 세계인 '푸른 결계'에서 겪게 되는 기이한 모험을 중심으로 종묘와 고궁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연두는 역사학자인 할머니와 아빠, 동생 연우와 살고 있는 열두 살 소녀다. 할머니는 아빠가 어릴 때부터 현장 답사를 가느라 자주 집을 비워서 아빠와 사이가 좋지 않다. 이런 아빠와 할머니의 갈등은 연두의 마음을 늘 불편하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답사 여행을 떠난 할머니가 석 달째 연락도 없이 잠적했다. 할머니 걱정에 시무룩하게 지내던 연두는 종로의 한 서점에서 할머니가 계신 곳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 수상한 아이 덕이를 만난다. 요즘은 좀처럼 볼 수 없는 검은 한복을 입고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덕이. 연두는 의심스러운 마음을 접고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덕이를 따라 종묘 안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그곳은 신들의 세계인 푸른 결계! 연두는 자신이 '푸른 결계'에 갇힌 걸 알고 당황하지만 할머니를 만나 함께 돌아가기 위해 모험을 시작한다.

연두는 우선 해치의 수수께끼를 풀고 신들을 다스리는 황룡대장군에게 세 개의 봉인 패를 받는다. 그 봉인 패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연두뿐. 오조룡은 인간의 무관심 때문에 푸른 결계가 위태로워졌다고 생각하여 인간 세상을 파괴하려고 한다. 열두 살 소녀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버거운 상황이다.

연두는 잠시 자신을 푸른 결계로 데려온 덕이를 원망한다. 그리고 황룡대장군의 바람을 외면하고 할머니를 만나는 일도 포기하려 한다.

하지만 연두의 곁에서 든든하게 지켜주는 덕이와 해치, 너구리 모루 덕분에 다시 용기를 낸다. 그리고 한고비 한고비를 넘길 때마다 연두는 마음을 단단하게 다지고, 차츰 신들의 아픔과 분노도 이해하게 된다.

작가 김종렬은 평소 종묘에서 창덕궁, 경복궁으로 이어지는 길을 자주 오갔다고 한다. 그런데 유독 종묘 안에 들어가면 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온 듯 신성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 느낌이 오랫동안 가슴속에서 맴돌다가 '이야기'로 터져 나온 것이다. 무엇보다도 고궁과 종묘가 사람들에게 점점 잊혀 가는 것이 안타까웠던 작가의 마음이 작품 곳곳에 녹아 있다. 일상의 이야기를 날카롭고도 낯선 시각으로 바라보며 실감 나는 판타지로 풀어내는 작가 김종렬만의 장점이 이 작품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