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았시요. 밥 지을 때까지 편히 쉬시라요.』

 강영실 동무는 얼른 이불장 위에 개어 놓은 요때기와 이불을 내려 깔아주며 사관장의 귀에다 입을 갖다댔다.

 『오늘은 입쌀을 많이 좀 내려 주실 수 있갔시요? 그동안 내려주신 옷가지는 팔아서 모아 두었시요. 이거 보시라요.』

 강영실 동무는 옷장 깊숙이 감추어 둔 손가방을 꺼내 사관장에게 보여주었다. 돈이 가득했다. 사관장이 제대하면 결혼해 함께 살기로 약속하고 그가 갖다주는 담배·된장·기름·군복·신발·등을 장마당에 내다 팔아 마련한 살림밑천이었다.

 사관장은 강영실 동무가 알뜰해 보이고 사랑스러웠다. 그는 얼른 강영실 동무를 한번 껴안아 주고는 귓속말로 속삭였다.

 『입쌀 200키로(㎏) 정도는 내려줄 수 있갔어. 기런데 먼저 해내야 할 일이 있어.』

 『뭡네까?』

 『곽인구가 보위부에 불디 못하게 오늘은 엮어야 되갔어.』

 『어더렇게요?』

 『술 한 잔 먹일 테니까 복순 동무 붙여 라체오락 시키라. 올 때 단단히 다짐을 받아 놨으니까니 빠져나가지는 못할 기야.』

 『기거야 일 없시요. 복순 동무도 하고 싶어 하는 눈치라요.』

 『기거 잘 됐군. 곽인구는 라체오락 하면 정치생명 끝나는 줄 알고 있어. 기러니까니 겁먹지 않게서리 아랫도리 벗겨놓고 복순 동무가 꼬투리 따 먹으라 시키라. 기럼 제 약점 때문에 고분고분 잘 따라올 기야. 입쌀마대도 내래 시키는 대로 내릴 것이고.』

 『입쌀은 어디서 내려 주시갔시요?』

 『밤에 장마당 넘어가는 길가 숲 속에서 기다리라. 고개 넘어가면서 50키로 여섯 개 던져주고 갈 테니까니.』

 『그만큼이나.』

 강영실 동무는 횡재를 한 듯 잠시 행복감에 젖어 있었다. 그러다가 화들짝 놀라는 표정으로 속삭였다.

 『내래 이밥에다 고깃국 맛있게 끓여 올리갔시요. 인구 동무 날래 들어오시라 하시라요. 복순 동무는 내가 밖에서 잘 이야기해 놓갔시요.』

 사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일이 계획대로 잘 풀려가고 있는 것이다. 그는 방문을 열고 큰 소리로 인구를 불렀다.

 『이보라, 곽인구! 너, 뭐하네?』

 성복순 동무가 재바르게 콩을 갈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던 인구는 머쓱한 표정으로 얼버무렸다.

 『두부 만드는 거 구경하고 있습네다.』

 『밥 먹고 나면 인차(곧) 량정사업소에 나가야 하는데 와 기러고 있네? 빨리 들어와 좀 쉬라. 자리 봐 줄 테니까니.』

 『알갔습네다.』

 인구는 복종하듯 방으로 들어갔다. 옷장과 찬장이 놓여 있는 방안은 아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