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을 한동안 소용돌이에 몰아 넣었던 「판문점 총격요청 사건」이 26일 검찰의 수사발표를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총풍 사건」의 여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이미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이전부터 이회창총재와 동생 회성씨의 개입혐의를 밝혀내지 못한데 대해, 여권이 사건을 과장^왜곡, 「이회창 죽이기」를 시도하는 등 정치적으로 악용해 온 것이 입증됐다며 역공에 나선 상태다.

 반면 여당은 검찰수사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지만, 현재 드러난 상황만으로도 이총재가 정치^도의적 책임은 면치 못할 것이라며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런 입장아래 여야는 앞으로도 대변인 성명 등을 통한 공방은 물론 국회 법사위와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한 치의 양보없는 치열한 공방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국의 큰 흐름은 「확전」 보다는 「휴전」 쪽으로 가닥을 잡아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총풍사건」외에도 그동안 강경대치 정국의 핵심 쟁점들이 대부분 매듭지어지고 있는 점들이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청구 및 경성비리 수사를 비롯한 정치권 사정 작업도 사실상 마무리됐으며, 한나라당이 잔뜩 벼르고 있는 「안기부 고문조작」 의혹과 불법감청 문제 등에 대해서는 이미 김대중대통령이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는 등 전향적 조치를 취했다.

 또 「국세청 불법모금 사건」도 주범인 이석희 전 국세청차장의 해외도피로 인해 최종적 매듭을 짓지 못할 뿐, 사건의 전말은 거의 다 드러나 있는 상태다.

 현재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을 불문하고 여야 영수회담이 오래지 않아 성사되지 않겠느냐는 비교적 긍정적인 기류들이 확산되는 것도 이런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한나라당 이총재도 거듭 김대통령과의 단독 영수회담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청와대도 「조건과 바탕의 성숙」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하지만 수긍하는 입장이다.

 여야 협상창구인 원내총무들도 이와 비슷한 기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마냥 긍정적인 것만도 아닌 실정이다. 한나라당은 「총풍사건」과 관련, 이총재와 한나라당의 무관함이 밝혀진 이상 「무책임한 정치공세」를 펴온 여권의 사과를 꼭 받아내겠다는 태세다.

 여권 또한 「세풍사건」에 대해 이총재가 얼마나 솔직하게 시인^사과하느냐를 예의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여권은 국감직후인 내달 중순부터 경제청문회를 실시, 구 정권의 경제실정 원인과 비리, 책임 문제를 반드시 규명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회기내 개최에 반대하는 한나라당은 경제청문회 개최시 북풍청문회도 함께 여는 것은 물론 구정권의 경제실정 뿐 아니라 새 정부의 경제실정도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여야간 공방이 예상된다.

 영수회담이 성사된다 해도 일정의 문제는 있다. 내달 11일까지는 국감기간이고, 11월중순 이후 약 열흘간 김대통령의 중국 방문,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등의 일정이 잡혀있으며, 귀국 직후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방한하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야가 정쟁 중단과 국력 결집의 계기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클린턴대통령의 방한이후인 11월 하순보다는 국감 후반기인 11월2~6일이나 방중 직전인 9~13일 사이에 영수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