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8월호
   
 


고도(古都). 한 국가의 수도로서의 찬란한 과거를 지닌 도시를 일컫는 말이다. 인천문화재단이 발간하는 격월간 아시아문화비평지 <플랫폼> 2012년 7·8월호(통권 34호)는 이 고도를 주제로 한 '동아시아 역사도시를 가다'로 특집으로 꾸몄다. 동아시아에서 고도의 역사를 가진 도시들이 어떻게 현재적 의미를 살리면서 도시역사를 보존하는지 살펴본다.

마츠모토 아야코(리츠메이칸대학교 일본학술진흥회 특별연구원)는 계승에 있어 낡은 것과 새로운 것 가운데 무엇을 고를지에 대한 진지한 의논과 감성의 충돌이 없다면 문화는 이어져 나갈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는 교토를 언급하면서 고리타분하면서도 새로운 '도시'의 성격을 가진 도시, 외지 사람에게는 엄격한 '지역'의 성격을 지닌 도시로 단정한다. 이런 이미지는 교토의 전통가옥 '교마치야'로 발현되는 중이다. 교토는 교마치야가 지속적으로 사라지지만 개조와 용도가 변경하면서 교마치야의 생명이 이어진다고 말한다.

김경대(경주대학교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경주의 도시정체성 구축 과제'란 주제로 고도를 논한다. 그는 오랫동안 조직화한 문화와 삶의 문맥, 역사적 경관 등 연속적인 가치를 일컬어 도시정체성이라 말한다. 경주는 세계문화유산이 지정된 곳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역사도시로서의 품격을 지닐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됐고 정부의 문화도시 건설을 위한 노력이 시행되고 있지만, 경주시민들이 사는 삶터로서의 일상성을 지켜나가야 하는 이중적 과제를 안고 있는 곳이다.

양칭(건축설계사)은 '바람이 스쳐지나갈 때 날아가지 않는-고대문화유산과 도시정체성'을 얘기한다. 필자는 경제발전을 위한 개발 열기와 고대 문화에 대한 경시로 인해 중국 시안의 무수한 문물과 유적지가 훼손되고 맥락 없는 고대 문화 건축물들이 들어서고 있다고 고발한다. 그는 옛 민가의 정원 문화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도시 공간의 합리성을 획득하는가는 중국 시안이 당면한 새로운 과제라고 강조한다.

김기섭(한성백제박물관 전시기획과장)은 '2천년 고도 서울의 부활 한성백제박물관'을 주제로 논의를 펼친다. 한성백제박물관은 서울시민이 그간 잊고 지낸 서울의 고대 역사문화와 그 의미를 되새기며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필자에 따르면 백제는 중국, 일본, 인도와 교류하며 개방성과 다문화 성향이 짙었다고 한다. 냉엄한 국제사회에서 남북으로 갈린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백제의 역사를 배우려면 유물에 담긴 속뜻부터 알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와 함께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미국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분석하는 기획을 만날 수 있다. 전승희(하버드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연구원)는 <엄마를 부탁해>가 한국 현대사의 어려웠던 시절을 다루되, 많은 사람들이 쉽게 자기 문제와 연결시킬 수 있는 부모-자식의 관계, 어머니의 희생 등을 언급하면서 독자의 접근을 쉽게 해 준 작품이라고 분석한다. 진지함과 통속성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도 성공요인으로 꼽는다.

기획 '언론노동자들, 대안 매체를 꿈꾸다'에선 최세진(미디어활동가, 전문 번역가)이 올해 초 언론사 파업과 언론노동자들의 이후 활동을 세계 언론노동자들의 파업역사 속에서 살펴본다. 언론노동자들은 파업이유와 진행상황을 제대로 알려주는 언론이 없자 스스로가 대안 매체를 만들었다. 이런 시도가 국내에서는 낯선 것이지만 해외에서는 많았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필자는 '언론 속보'로서의 성격이 강하던 언론노동자들의 프로그램이 점차 민중을 대변하는 미디어, 즉 저항적 대안 매체로 발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언론노동자들의 이런 시도가 파업이 마무리된 후 언론사에 복귀한 후에도 어떤 언론을 만들어가야 하는지를 고민할 때 중요한 경험이 될 것"이라며 언론인들에게 파업 방송을 만들며 세웠던 각오와 결의를 잊지 말 것을 당부한다.

인천문화재단 기획홍보팀 사원이면서 밴드 파티메이커 멤버인 태지윤은 '보석같이 빛나는 5월, 산골짜기에서 진주를 발견했다'란 주제로 '감자꽃 봄소풍-평창동부오리마을축제'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는 것에서부터 축제 시작을 알리는 길놀이 풍경, 축제의 메인 프로그램인 밴드 공연까지 그 현장을 세세하게 관찰한다. 필자는 이 축제에서 주민들의 열린 마음과 참여도에 주목한다. 최근 소규모 마을축제가 강세인데 마을축제, 시민참여형 축제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열린 마음과 자발성이라는 것이다.

/김진국기자 freebird@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