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관광시설 아닌'속살'들여다본 여행서
   
 


<길들여지지 않은 것들>(전규일·북이데아)은 낯선 두려움을 넘어 진짜 이집트를 만나는 여행서다.

이 책의 저자 전규일은 카이로에서부터 시작해 나일강을 따라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이집트 사람들이 이미 수천 년 전부터 걸어왔던 그 길을 따라 걷는다. 그리고 거기서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집트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처럼 소중하게 여겨왔던 많은 길들여지지 않은 것들과 만난다.

그리고 그 길들여지지 않은 것들의 모토(母土)가 바로 사막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이집트 사람들은 수천 년 동안 자신들을 둘러싼 사막이라는 혹독한 자연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왔다. 그들은 그 삶이 아무리 힘들고 힘에 겨워도 절대 거부하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이집트의 오래된 길에서의 낯선 만남은 저자 전규일에게 이런 가르침을 준다.

그리고 저자는 그러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소하게 이야기를 풀어 나가면서 보이는 것과 볼 수 있는 것의 차이를 이해하고 나서 타인을 보라고 말한다. 그러면 거기서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 오래된 길에서의 낯선 만남을 이 책에서 충실하고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저자가 이집트를 방문했을 때에는 이집트가 민주화를 위한 시민혁명의 불길로 한참 뜨거웠던 함성과 열기가 사막의 황혼처럼 서서히 그 붉은 빛을 길게 드리우며 사회가 점차 안정적으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을 때였다.

늦은 밤 카이로 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시작되는 저자의 여행길은 그 출발부터 '타인'과의 낯선 만남이었다. 설레임과 긴장감이 교차하는 마음으로 무표정한 이집트 계엄군이 경계하고 있는 카이로 공항을 빠져나온 저자가 맨 처음 마주한 것은 벌떼 같이 달려들어 애걸과 고성으로 막무가내식 호객 행위를 일삼는 이집트의 택시 운전기사들이었다. 저자는 그런 낯선 첫 만남에 순간 당황하지만, 그들만의 길들여지지 않은 오래된 길을 따라 걸으면서 점차 그들의 진정한 모습과 거기에 서 있는 저자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집트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그야말로 국제적인 관광대국이다. 잘 닦인 도로와 깔끔한 시설, 그리고 외국인을 위한 화려한 공연과 우아한 매너들이 이집트에는 가득하다.

그러나 그 허물을 벗겨내고 조금만 더 그들의 삶이 있는 그들만의 길에 서서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걷노라면 진정한 이집트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에게 비춰지는 나 자신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그 길을 여행한다.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