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인 5명 詩 작품 엮어
   
 


<슬픔을 못 본 척하다>(김봉신 외·도서출판 작가들)는 뇌병변 지체장애인 김봉신, 황재동, 안명훈, 신영로, 안현범 5인의 앤쏠로지 시집이다.

이들 다섯 명은 정규 학교 과정조차 밟아 본 적 없는 이력을 가지고 있다. 불편한 몸으로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하지 않는 이 사회에서 학교를 다니고 생존해가는 것은 무척 고된 일이다. 그런데 이들의 고된 삶 때문에 이 시집을 주목하는 것만은 아니다. 바로 이들 시가 가지고 있는 시의 핍진성 때문이다.

이들의 언어는 쉽다. 촌스러운 표현들은 때로 생경하다. 세련되지 못한 언어구사로 웃음 짓게 한다. 그렇게 떠오른 미소가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한숨을 머금고 있다는 것을 찾아낸다면, 독자로서 큰 행운일 것이다. 이 시집의 제목만큼 슬프고도 서정적으로 이름짓기란 힘들 것 같다. 이 시집을 처음 받아든 이라면 누구나 느끼게 될 것이라 믿는다. 시집을 읽고 나면 제목을 다시 한 번 눈여겨보게 되고 그 언저리에 마음으로 서성거리게 된다는 것을. '슬픔을 못 본 척하다'는 제목은 시집 전체를 통하여 흐르고 있는 큰 여백이자 슬픔이다.

"나는 나에게 묻는다/너에게도 꿈이라는 것이 있었니/나는 대답 대신 눈을 감는다/대꾸할 무엇을 찾기라도 하려는 것일까/그렇게 한참 기억 저 너머를 더듬는다/그리고 입 다문 조개처럼 꼭 감은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내 물음에 대한 대답이다//신발하나 가져보는 것/두 발로 한번이라도 걸어보는 것/교복 한번 입어보는 것/여행 한번 떠나보는 것/아빠소리 한번 들어보는 것/누구에게나 지극히 일상의 것들이/나에게는 왜 꿈이어야만 했을까/그 꿈들이 나에게는 왜 눈물로 흐르는 것일까//어디에 물어볼 수도 없고/시원히 대답해 줄 사람도 없다/그저 불에 달궈진 돌덩이라도 가슴에 품은 듯 눈물만"(김봉신 '남은 날들을 위한 꿈' 중에서)

이들이 시를 쓰는 데 도움을 준 시 지도교사 한영미는 "여기 실린 시들은 모두 지역 장애인야학 수업시간에 발표되고 토론된 것들이다. 시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글들이 어느 순간 와락 쏟아져 나왔다. 안명훈을 제외하고는 읽어 본 적도 써 본 적도 없다던 시들이 늦게 배운 도둑질에 신이 난 시인들의 가슴에 깊이 자리할 때 쯤, 날아갈 새라 이걸 묶기로 했다. 처음부터 시집을 내려던 건 아니었다. 이 무렵 오롯이 시들이 맑은 영혼을 달고 시인들의 어깨 위에서 춤추고 있었던 걸 내가 얼마나 황홀한 시선으로 쳐다보았는지를 고백하고 싶다"고 말한다.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