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인천의 미래를 보다/ 3 울도·지도
   
▲ 울도의 목넘이 해변. 바닷물이 맑은 울도는 고운 모래와 울창한 수풀이 자랑거리인 아름다운 섬이다.


지난 16일 인천연안여객선터미널. 덕적도로 향하기 위해 부두로 나섰다. 한 켠에는 해양호가 묶여 있었다. 덕적군도 내 섬들을 오가며 주민들과 고락을 함께했던 해양호는 이제 더이상 파도를 헤치지 못했다. 덕적도에서 내리니 나래호가 반겼다. 지난해 부터 해양호를 대신해 덕적군도의 발이 돼 주는 나래호는 한 시간 30분을 달려 울도에 도착했다. 울도항에 내리자 길게 펼쳐진 방파제가 눈에 들어왔다. 방파제 옆으로는 코발트빛 바닷물이 밝게 빛났다. 그 옆으로는 곱게 빻아놓은 듯한 하얀모래가 파도에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앞으로는 마을이 보였다. 집은 20채도 되지 않는다. 사람들의 때를 타지 않은, 자연의 모습을 간직한 낙도의 모습이었다. 주민들은 낚시에 쓸 그물 손질에 한창이었다. 몇몇은 시장에 내다 팔 잡어들을 말리고 있었다. 한가로운 어촌 마을의 풍경 그것이었다.

 

   
▲ 울도의 숲길. 울창하게 우거진 숲길이 찾는 이들에게 상쾌함을 선물한다.


▲ 동방파제와 바지락

울도항에서 부터 쭉 펼쳐지 동방파제는 마을을 길게 에워싸고 있는 모습이다. 꽃게잡이 어선의 휴식처이기도 한 동방파제는 이곳 울도 주민들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 첫번째가 바지락이다.

울도 주민들은 간조 때 갯벌에 나가 바지락을 채취한다. 많지는 않지만 바지락은 소일거리로, 지역 주민들의 주요 소득원으로 자리잡았다. 젓갈을 담가 팔기도 한다. 바지락은 10여년 전 동방파제가 생긴 이후 부터 잡히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방파제 조성 이후 물의 흐름 변화와 그에 따른 영양소 축적, 갯벌 퇴적 등 바지락의 생태 요건을 갖췄다고 생각하고 있다.

주민들은 보다 많은 바지락을 채취하기 위해 양식을 하고 있다. 두 곳에 지점을 두고 종폐를 뿌린 후 1년에 한 지점씩 번갈아 가면서 조업하는 방식이다.

주민 문경우(68) 씨는 "주민 대부분이 놀래미, 우럭 등 잡어를 잡거나 바지락을 잡아 생계를 잇고 있다"며 "직접 내다 팔기 보다는 아는 사람들 위주로 주로 팔고 있다"고 말했다.
 

   
▲ 파랑기자단이 울도에서 마을 주민을 취재하고 있다.



▲ 안타까운 모래 유실

울도의 변화는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모래 유실이다. 마을 앞 해변가의 모래사장은 여느 섬들에 비해 그 면적이 작다. 울도 북망산 뒤 백사장. 울도에서 가장 넓은 백사장이다. 모래 유실을 막기 위해 설치된 안전펜스들은 전부 쓰러져 반쯤 모래에 덮여 있다. 안전펜스에도 불구하고 모래가 쓸려나가고 있다는 증거다.

모래가 유실되는 정확한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마을 주민들은 동방파제 조성 이후 조류 변화에 따라 모래가 유실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울도 주변 선갑도 인근에서 진행 중인 해사 채취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이 모든 게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중요한 건 울도의 모래가 유실되고 있다는 점이다.

섬에서 모래는 가장 중요한 관광자원이다. 그런 모래가 정확한 원인도 모른 채 대책 없이 쓸려나가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워낙 낙도라 관광객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마땅한 민박시설도 슈퍼조차 갖추지 못했다. 이런 주민들에게 관광자원은 먼 나라 이야기다. 하물며 관광 활성화를 위해 모래를 지키자니 이건 더욱 먼 이야기다.

주민 김정배(64) 씨는 "피서철이라고 놀러와 봐야 이곳 출신 자녀들"이라며 "울도는 관광과 거리가 멀다. 당연히 주민들은 모래 유실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 부분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맑은 바닷물, 고운 모래, 울창한 수풀. 울도는 그 어느 섬 못지 않게 아름다운 곳이다. 현재 제대로된 관광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 않아 빛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섬이다. 잠재력 높은 섬이 관리 부실로 가장 중요한 경쟁력을 잃고 있는 형국이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사무처장은 "섬의 가치는 그 특유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전하면서 지켜나갈 때 찾을 수 있다"며 "울도의 모래 유실은 바로 앞만 내다본 행정기관의 근시안적인 정책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지역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도·지도=이재필기자 ljp81@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