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혜 정치부 기자
   
 

안으로는 재정난에 허덕이고 밖으로는 낙제 성적표로 바닥을 치던 프로축구구단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든든한 후원자를 만났다. 롯데이비카드사가 100억 원을 10년 간 나눠 주겠다며 스폰서를 자원한 것이다.
롯데가 어떤 기업인가. 인천의 허파인 계양산을 허물어 1%를 위한 골프장을 만들겠다고 나서 지역 갈등을 조장하는가 하면 인천에서 막대한 영업 이익을 챙겨가는 롯데백화점은 지방세 회피를 위해 백화점 증축 건물을 미등기 상태로 유지하는 꼼수를 부렸다.
이런 재벌기업이 보잘 것 없는 인천유나이티드에 돈을 대다니 이상한 일이었다. 알고보니 뒤에는 이런 사정이 있었다.

인천에서 교통카드 사업권을 쥐고 배를 불리던 롯데이비카드가 앞으로 10년간 더 연장하겠다는 조건을 걸고 인천시와 거래를 한 것이다.
어쩐지 이상하다 했다. 롯데이비카드의 한해 수익금이 30억 원이라는데 이 중 1/3을 인천의 프로축구구단을 위한 광고비로 쓰겠다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도대체 교통카드 사업이 얼마나 남는 장사길래 롯데가 이런 거래까지 했을까.

어쨌거나 인천시는 순수하지도, 깨끗하지도 않은 롯데의 100억 원을 덥석 물었다. 시가 물어 삼킨 것은 100억 원이 다가 아니다. 이로 인해 교통카드사업의 공공성도 사라지게 됐다. 롯데와 인천시 버스조합이 시 예산으로 제멋대로 운영하던 교통카드사업을 공영화로 전환하겠다는 시의 바람직했던 계획이 100억 원과 함께 날아가게 생긴 것이다.

인천시가 당초의 방침대로 공영화를 했다면 롯데가 축구구단에 후원하겠다는 100억 원이 아닌 4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 특히 민주당 소속 정치인이 시장으로 있는 인천시가 공공성을 외면한 채 재벌 기득권 인정에 급급해 하는 모습은 민주당의 당론과도 맞지 않는다.
더 놀라운 건 이 사건이 불거진 후 인천시의 태도다. 시는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롯데이비카드의 돈은 받았지만 교통카드 사업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음주운전 적발 후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고 말해 연예계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 한 아이돌 가수가 떠올랐다.
앞으로도 인천시가 밀실에서 시민세금을 멋대로 운용하겠다는 선언인 듯도 했다. 그것도 아니라면 시민을 바보 천치로 아는 걸까. 최소한의 신의마저도 저버린 인천시를 행정기관이라고 믿고 살아야 하는 인천시민이 참 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