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사례 분석 등 수록
   
 


문학평론가이자 인천문화재단 기획경영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현식이 새로운 도시 담론으로 떠오르고 있는 창조도시론에 대한 성찰을 담은 <성찰적 창조도시와 지역문화>(글누림)를 펴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마다 창조도시 열풍이 불고 있다. 창조도시론은 영국에서 발원하여 유럽과 일본을 거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각광을 받기 시작한 새로운 도시 담론이다.

창조도시론에 토대를 둔 도시 개발은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되 문화를 접목한 개발론이라는 점에서 과거의 묻지마 개발론과는 궤가 다르다. 이현식은 최근 이런 창조도시론을 인문학자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창조도시론은 도시에 대한 새로운 세계관과 철학적 바탕에 근거를 두고 있다. 개발보다는 보존, 과도한 이상보다는 현실, 경제주의보다는 역사와 문화에 바탕을 둔 인문주의, 글로벌보다는 지역의 전통과 개성에 가치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이런 주장들이 개별 항목을 대립적으로, 그리고 상호 대결 구도로 보는 것은 아니다. 가치 비중을 어디에 더 두는가, 그리고 시민들의 삶에 더욱 유용한 것이 무엇인가를 현실주의적으로 지적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저자 이현식은 한국 근대문학을 전공한 문학사 연구자이자 문학평론가이면서 정책연구기관에서 문화정책을 연구하고 현재는 인천문화재단 기획경영본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때문에 문학을 전공한 인문학자의 관점에 서 있으면서도 지역 문화 현장과 공공 문화 정책 영역에서 일한 경험을 이 책에 잘 담아내고 있다.

그는 창조도시론은 우리가 충분히 경청할 내용을 담고 있는 도시론이면서도 다른 한편 여전히 단선형 개발주의에 토대를 둔 세련된 개발론이라는 것이다. 도시가 갖고 있는 역사와 문화를 소중히 여기고 창조 인력이라고 하는 사람 중심의 도시 건설을 내걸고 있지만 그 또한 효율성과 경쟁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탈피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저자가 창조 도시론 앞에 '성찰적'이라는 수식어를 표나게 붙인 것도 그 같은 창조도시론의 위험을 경계하고자 함이다.

이 책은 그런 창조도시론에 입각해서 성남과 서울의 사례를 분석하고, 서울의 강남과 구별되는 강북의 독자적 가치에 주목하자고 주장한다. 창조도시론의 본향이라 할 영국의 사례를 소개하는 한편 최근 수도권에서 집중적으로 조성 중인 창작공간의 사례를 살피기도 한다. 인문학자가 본 도시론이면서 현장의 문제의식이 느껴지는 생동감이 살아있는 책이다.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