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논어 등 25권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
   
 


<동양고전이 뭐길래>(동아시아)는 우리 시대 대표적 인문학자 신정근 교수가 동양고전의 정수를 쉽게 풀이한 책이다. 한마디로 동양고전의 높이를 낮추고 무게를 줄이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동양고전의 숲을 관통하여 천의무봉(天衣無縫)의 씨줄과 날줄로 5천 년 동양의 사고와 지혜를 단 한 권으로 압축한다. 저자가 이 책을 저술하게 된 동기는 명쾌하다. 즉 한문을 모르는 한글세대에게, 서구 과학문명이 전부인 우리에게, 21세기 몰락하는 서구 이념에 대안인 동양고전을 쉽게 이야기해주기 위해서다.

먼저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동양고전 25책을 선정하여 한 권 한 권이 갖는 책의 의미와 핵심을 신정근 교수의 오랜 탐구와 혁명적인 독법으로 동양고전을 창조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저자는 고전의 높이를 낮추고 무게를 줄여 일반 대중들도 고전의 바다에서 헤엄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역>과 <논어> 등은 경전(經典)의 반열에서 고전의 대열로, 다시 고전의 대열에서 인문학의 자리로 내려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원서를 현대 한국의 언어로 번역하여 고전의 문턱이 낮아져야 하며, 고정된 독법과 주석의 절대성에서도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동양고전 25책을 팔경(八經), 오서(五書), 십이자(十二子)로 나누어서 그 내용을 살피고 있다. 보통은 사서삼경이나 사서오경이 유학의 텍스트라고 생각하는데 그는 유학 중심성을 상정하지 않고 이를 '팔경오서십이자'로 확대해 사용했다.

팔경오서십이자 중 팔경에는 <역경>, <시경>, <서경>, <예기>, <춘추>, <악경>, <이아>, <효경>이, 오서에는 <논어>, <맹자>, <대학>, <중용>, <소학>이, 십이자에는 <묵자>, <노자>, <장자>, <순자>, <손자>, <한비자>, <상군서>, <전국책>, <공손룡자>, <양주>, <추연>이 포함돼 있다.

우선 팔경에서는 <역경>에서 서양의 유일신 사상에 대비되는 자력구원의 길을, <시경>에서 주나라의 건국 신화를, <서경>에서 덕의 나라를, <예기>에서 상호 존중의 정신을, <춘추>에서 역사 기술과 사후 심판을, <악경>에서 인간의 쾌감 본성을, <이아>에서 언어 권력과 동일성의 제국을, <효경>에서 영생을 향한 인간(남성)의 욕망을 읽어내고자 했다.

십이자 중 <관자>에서 소인 시대의 개막을, <묵자>에서 급진적 이상주의를, <노자>에서 망상 사회의 비판과 모순 없는 차이의 창조성을, <장자>에서 카프카와 대비되는 변신 유희의 자유를, <순자>에서 현실적 인간의 발견과 제국의 설계를, <손자>에서 전쟁에서 이기는 법과 주관 능동성의 발휘를, <한비자>에서 계약적 사고와 멸사봉공의 이데올로기를, <상군서>에서 국가주의 기획과 행동주의 심리학을, <전국책>에서 조작주의 사고의 극대화와 정치 외교의 발견을, <공손룡자>에서 상식의 정당성 요구와 개별자의 존엄성을 드러내고 있다.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