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영은 얼마 전까지 편지를 보내준 우성이나 만나보면서 시간을 보내야 되겠다고 생각하면서 역 광장 좌측에 있는 골목길을 따라 독립주택들이 밀집해 있는 째포촌으로 들어갔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우르르 달려오더니 등을 한 방 쾅! 쳤다. 인영은 등줄기가 몹시 결리는 것 같아 인상을 찡그리며 뒤돌아보았다. 은혜역 앞에서 함께 내려 그의 뒤를 따라다니던 꽃제비 두 명과 고등중학생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인영은 몹시 화가 난 표정으로 물었다.

 『왜 그래?』

 『똑딱이가 개지구(갖고) 싶어서 기래.』

 인영은 그들의 말을 얼른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어깨를 비틀며 다시 물었다.

 『똑딱이가 뭐야?』

 에워싸고 있던 꽃제비 두 명과 고등중학생 두 명이 『이 노루새끼 같이 쬐끄만 자식이 사람 놀리누만. 너 죽고 싶네?』 하면서 손가락으로 인영이가 차고 있는 일제 카쇼 전자 손목시계를 가리켰다.

 『왼손에 차고 있는 기거 좀 벗어라. 우린 지금 한 콜 까시러(밥 먹으러) 가는 길인데 씽(돈)이 없어.』

 인영은 그들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자신이 차고 있는 손목시계를 벗어 달라고 하는 말은 표정이나 몸짓으로 봐서 알 것 같았다. 인영은 어둡지도 않은 대낮에 『뭐 이따위 짓을 하는 자식들이 있어?』 하면서 꽃제비들을 바라보다 코웃음을 쳤다.

 『안 돼. 소리 치기 전에 저리 가!』

 인영은 밀려오는 공포감을 물리치듯 목성을 돋우며 뒷걸음쳤다. 그러나 꽃제비들과 그들을 따르는 고등중학생 2명에게는 인영의 그런 모습이 우습기만 했다. 그들은 다짜고짜 안경을 끼고 있는 인영의 면상을 주먹으로 후려치며 시야를 차단시켰다. 그리고는 네 사람이 달려들어 인영의 입을 틀어막으며 사지를 짓밟아댔다.

 인영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사지를 허우적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네 사람이 달려들어 사지를 짓밟아대며 입을 틀어막고 있어 목이 터져라 외쳐대는 그의 비명은 입 밖으로 새어나오지 못했다. 누군가가 자기 왼손에 차고 있는 일제 카쇼 손목시계를 강제로 벗기는 느낌만 전해져 왔다.

 인영은 그 순간 이 날강도 같은 꽃제비들한테 손목시계를 뺏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학경연대회에 나가 1등을 해서 받은 기념품인데 어떻게 그런 귀한 물품을 이런 날강도 같은 놈들한테 뺏길 수가 있단 말인가. 그렇지만 두 팔과 다리가 꽃제비들한테 짓눌려 있어 손목시계가 강탈되고 있는데도 그는 뜻대로 뿌리칠 수가 없었다.

 인영은 발악하듯 온 전신의 힘을 모아 사지를 뒤흔들었다. 그때 짓눌려 있던 두 팔이 빠져 나오면서 상체가 자유로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인영은 기회는 이 때다 하는 생각이 들어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상대방의 손과 팔뚝을 끌어당겨 닥치는 대로 깨물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