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 걸음마다 흩날리는 꽃향기사랑하는 이와 오색물결 속으로
   
▲ 꽃밭 저 너머로 우산을 쓴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다.


수도권매립지가 울긋불긋, 형형색색의 꽃들로 뒤덮였다. 쓰레기 속에서 피어나는 장미 정도가 아니다. 이 곳의 이름이 수도권매립지가 아니라면 대규모의 꽃박람회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꽃의 세상이 펼쳐져 있다. 지난 30일, 꽃잎들의 물결로 출렁이는 수도권매립지를 찾았다. '2012드림파크 봄꽃밭개방' 행사는 그야말로 꽃들의 바다였다.

30일 낮 12시 쯤. 수도권매립지에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빗방울이 꽃잎 표면에 이슬처럼 몽글몽글 맺혔다. 병아리 같은 유치원 아이들, 우산을 쓰고 꽃길을 걷는 연인들. 비 내리는 평일이었지만 '2012 드림파크 봄꽃밭개방'엔 적지 않은 사람들이 꽃향기에 파묻혀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모습이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보였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대외협력실 김성웅 부장은 "평일에만 5천여 명 정도가 이 곳을 찾고 지난 월요일에만 1만6천여 명이 왔다"며 "주말에 많이 올 때는 3만5천여 명이 발걸음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만 공간이 워낙 넓어 사람들이 아무리 많이 와도 시끄럽거나 복잡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샛노란 해바라기가 양 옆으로 길게 뻗은 길을 따라 생태연못으로 향했다. 공사 측은 아이들을 위해 키 작은 해바라기를 식재해 놓았다. 오솔길을 따라 10여 분쯤 가자 버섯모양을 한 쉼터가 나온다. 쉼터 안에선 한 무리의 아이들이 병아리들처럼 재잘거린다.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는 이제 막 피어나려하는 꽃망울이다. 연못에 떠 있는 연꽃, 수련, 노랑어리연꽃들이 화사하게 찰랑거린다. 열매를 쪄서 먹을 수 있는 마름도 눈에 들어온다.

연못 주변으로 몇 개의 다리가 보인다. 다리를 건너는데 중간에 자율판매대란 푯말과 함께 사료 상자가 놓여 있다. 연못에 사는 물고기들과 놀 수 있도록 마련해 놓은 것이다. 다리 위에서 사료를 뿌리자 잔잔하던 수면이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진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참붕어, 잉어, 가물치 등이 펄떡펄떡 뛰면서 사료를 달라고 보챈다. 말 그대로 '물 반 고기 반'이다.

연못 한 켠으로 아치형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홍예교다. 홍예교 밑으로는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 도심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돌로 만든 징검다리. 징검다리를 첨벙첨벙 건너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어린시절 향수가 스쳐지나간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공원관리실 강성칠 차장은 "연못엔 수생식물들이 많이 있다"며 "수생식물들은 물을 정화하고 연못을 예쁘게 꾸미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홍예교 위를 지나가는데 공사복을 입은 강 차장을 발견한 사람들이 말을 걸어온다. "공사 직원이신가요? 잘 해 놓으셨네요." 칭찬에 신이 난 강 차장이 사진클럽에서 나왔다는 사람들에게 장황한 설명을 해 준다.

다시 꽃길을 걸어 작약원으로 향한다. 작약원의 꽃들은 붉은색과 흰색의 꽃들이 그라데이션으로 피어나 있는 모습이다. 사람들은 꽃밭 한 가운데를 걷거나 코 끝을 꽃에 가까이 대고 향기를 음미하는 중이다.

봄꽃방개방 행사의 특징은 꽃밭에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고 꽃의 향기를 맡을 수도 꽃을 만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시민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서려는 공사의 마인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봄꽃방개방 행사에선 음식점을 찾아볼 수 없고 대규모 행사에서 흔히 만나는 공연 하나 열리지 않는다. 대신 멋진 휴양지에 있을 법한 빨간 파라솔이 비치돼 있다. 넓디넓으면서도 고요한 꽃밭에서 사람들은 도시락을 먹으며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작약원을 뒤로 하고 이번엔 야생초화원으로 향한다. 오솔길 사이로 유치원생들이 줄 지어 오고 있다. "내 마음에 사랑이, 내 마음에 사랑이~" 저런 걸 바로 천상의 멜로디라고 하는 걸까. 아이들의 합창소리가 대지를 다독이는 봄비처럼 가슴을 다독인다.

야생초화원은 수도권매립지 드림파크에서 가장 먼저 조성된 곳이다. 모란, 작약, 지면패랭이 등이 피어있는 이 곳의 하이라이트는 '단풍나무숲길' 걷기다. 이 숲길은 밖에서 안 보일 정도로 울창해 일명 '연인의 길'이라고도 부른다. 숲길 곳곳엔 샛길이 나 있어 신비한 동화속의 나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양귀비꽃밭을 지나 유채꽃밭으로 향한다. 노란 유채꽃의 화평선. 유채꽃은 끝이 안 보일 정도로 저 멀리, 멀리까지 펼쳐져 있다. 꽃유채는 서서히 지고 이어 이제 막 '탐미'와 '선망'이란 이름을 가진 유채꽃이 하나 둘 피어나는 중이다. 유채꽃 뒤로 안개꽃밭도 피어났다.
 

   
▲ '봄꽃밭개방'행사에선 꽃을 보는데만 두 세 시간이 걸릴 정도로 많은 꽃들을 만날 수 있다. 우비를 입은 어린아이들이 양귀비꽃밭에 꽃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김진국기자 freebird@itimes.co.kr


이번엔 잉글랜드양귀비 꽃밭으로 들어간다. 양귀비는 오전에 피었다가 오후 3시쯤이면 잎을 오무리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꽃이다. 양귀비꽃밭 한 가운데로 정형화단이 있다. 붉은 장미, 백장미 등 무지개처럼 다채로운 빛깔과 크기의 장미들이 오손도손 속삭이는 중이다. 그 옆으로 독을 품고 있다는 박새진달래, 꿀 맛이 나는 꿀풀, 무늬둥글레, 설국수나무 등 야생식물들이 분경형태로 전시된 모습이다.

드림파크에선 행사 기간 내내 꽃이 피고 진다. 언제 이 곳을 찾더라도 즐거운 꽃 관람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많은 꽃들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꽃 향기에 취한 걸까, 아니면 꽃의 빛깔에 도취된 걸까. 수십만㎡의 꽃밭을 휘휘 돌고나니 아찔한 현기증이 전신으로 퍼져나간다. 봄바람에 흩날리는 짙은 꽃향기처럼….

/김진국·문희국기자 freebird@itimes.co.kr


야생화단지는 …

오는 6월10일까지 계속되는 '수도권매립지 드림파크 봄꽃밭 개방행사'는 매립지(인천시 서구 거월로 61번지(백석동 58)) 내 야생화단지 86만㎡에서 이뤄진다. 야생화단지는 야생초화원, 자연학습관찰지구, 습지관찰지구, 억새원, 자연생태연못 등으로 구성됐으며 36개 테마에 약 300종의 식물 66만 본이 피어나 있다.

수도권매립지 관리공사(사장 조춘구)는 오는 2014년 전면 개방을 목표로 매립지안에 야생화단지를 가꾸는 중이다. 야생화단지는 지난 2004년 부터 조성됐으며 봄가을에 야생화축제와 국화축제를 열 때만 일시적으로 개방한다. 공사는 이번 행사를 위해 양귀비, 유채, 작약, 백합 꽃밭 등을 식재했다. 꽃밭은 걸어서 관람하는 것이 좋지만 몸이 불편한 사람을 위한 전기자동차도 배치됐다. 행사장엔 음식점이 없으므로 모자, 양산, 돗자리, 도시락, 음료수 등은 개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공사는 봄꽃밭개방 시기에 사진을 찍어 해당 블로그레 꽃사진을 등록하면 심사를 통해 70만원(금상 30만원, 은상 20만원, 동상 10만원, 입선5만원) 상당의 부상을 시상한다. 응모자는 자신이 찍은 사진을 드림파크 문화재단 홈페이지(http://www.dreampark.cc/)에 올리면 된다.

구본화 공원관리실장은 "야생화단지 내 잔디밭 등 모든 장소에서 출입제한 없이 음식을 먹으며 휴식을 즐길 수 있다"며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하는 드림파크에서 꽃과 함께 꿈을 만들어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032-5609-904~915

/문희국기자 moonhi@itimes.co.kr


찾아가는 길
▲승용차(내비게이션에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입력한다.
1.올림픽대로 방면:개화IC(올림픽대로) → 수송도로삼거리 → 수도권매립지전용도로 →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본관)
2.서울외곽순환 방면 : 계양IC → 공촌사거리 →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본관)

▲버스
인천지하철 계양역 정류장에서 30번 버스에 승차하시어 공사 입구에서 하차

▲지하철
인천공항노선을 이용하여 서울역에서 탑승 후 검암역에서 하차

▲검암역 셔틀버스(25인승)
검암역 : 검암역 버스정류소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홍보관앞 및 드림아치교 건너 승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