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평양제1고등중학교에서 추방되면 나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인영은 자신도 모르게 흘러내린 눈물을 닦으며 자기 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앞날을 가늠해 보았다. 인화처럼 학교에서 추방되면 제일 먼저 평양에서 쫓겨나야 될 것 같았다. 그렇게 되면 하루 세 끼 밥을 얻어먹으면서 살아남기 위해서도 아버지와 어머니를 따라 산간 벽촌으로 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래서 평양 작은아버지는 누나와 자신을 불러 앉혀놓고 그런 당부의 말씀을 하셨을까? 급히 집으로 내려가 아버지의 말에 절대 복종하면서 가족과 함께 행동하라고. 그렇다면 작은아버지는 형이 남조선으로 넘어갔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말인가?

 인영은 그때서야 이상하게 느껴지던 작은아버지의 모습이 이해가 되는 듯 혼자 고개를 끄덕여댔다. 그렇지만 아버지를 따라 신풍서군으로 들어가면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 김대(김일성 종합대학)에 들어가 전자공학을 공부해보고 싶던 꿈은 포기해야만 될 것 같았다. 아무리 빽 줄이 좋아도 조국을 버리고 남조선으로 넘어간 배신자의 가족을 학교장이 김일성종합대학에 들어가라고 추천해주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거기다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면 체코나 동독으로 유학을 가려고 했는데 그 꿈도 완전히 무너지고 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유학은 커녕 이제 지방에 있는 고등중학교로 추방되어 남은 학기를 마치면 사상적 토대가 나쁜 집안의 자제들처럼 중노동 직장으로 무리배치 되어 평생 일만 하면서 살아가야 될 것 같은 예감이 밀려와 자꾸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가 과연 그렇게 중노동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인영은 곰곰이 앞날을 생각해보다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중노동을 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원래부터 몸도 약했을 뿐만 아니라 평소 자기 같은 사람은 육체적 노동을 하면서 살아갈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민학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했고, 영재들만 들어가는 평양제1고등중학교에 들어가서도 반에서 1등을 놓쳐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 김일성종합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정해진 길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형으로 인해 갑자기 뒤바뀌어졌다고 생각하니까 가슴속에서 뜨거운 불길이 치솟아 견딜 수가 없었다.

 형은 대관절 뭣 때문에 남조선으로 넘어갔을까? 조국을 배신하고 남조선으로 넘어가면 아버지 어머니를 비롯해 조국에 남아 있는 가족들 전체가 사상적 토대가 무너지면서 평생 중노동만 하면서 산다는 것을 모르고 그런 짓을 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형이 한 행동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인민학교에 갓 들어간 어린아이도 아닌데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가 말이다. 그는 부모님이 들어오면 신풍서군으로 함께 갈 수 없다고 말한 뒤 큰할아버지 집에 있게 해 달라고 졸라 볼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