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수 인천시립박물관 전시교육과장
   
 


오는 6월30일 수인선 오이도역-송도역 구간이 복선 전철로 재개통된다고 한다. 1937년 8월 경기 내륙지역의 미곡을 인천항까지 실어 나르고, 인천에서 생산되는 소금을 한반도 전 역으로 수송하기 위해 처음 놓인 지 75년만이고, 1994년 12월 송도-한양대 구간이 폐선된 지 18년만이다.
협궤 철로에 꼬마기차로 유명세를 치렀던 수인선이지만 새로 놓이는 철도는 표준궤에 전동차로 탈바꿈하여 운행된다고 한다. 현재 송도역에서 인천역까지의 구간이 공사 중에 있기 때문에 당분간 수인선의 종착역은 송도역이 될 전망이다.

새로 생길 송도역은 기존의 송도역에서 서쪽으로 조금 떨어진 지점에 세련되고 웅장한 건물로 지어졌다. 원래의 자리에는 구 송도역 건물이 당시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데 이곳에 새로운 역사 건물을 짓지 않은 것은 아마도 부지가 협소한 탓일 것이다.

어쨌거나 그 덕분에 구 송도역 건물이 살아남게 되었다.
기존의 수인선에는 시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17개 정도의 역이 있었다. 그 중 현재 남아 있는 역사 건물은 어천역과 구 송도역인데 어천역은 1975년에 새로 지어진 건물이어서 개통 당시의 역사 건물은 구 송도역이 유일하다. 1973년 남인천역에서 송도역까지 협궤 노선이 폐선되면서 구 송도역은 20년 가까이 수인선의 종착역으로 기능했었다. 군자, 달월 등지의 시골 아낙들이 직접 기른 야채며 과일을 기차에 싣고 와 팔았던 탓에 기차가 들어올 때면 역 앞 광장은 반짝 시장이 열렸다고 한다.

1990년대 남동공단과 연수택지 개발사업으로 인해 송도-소래 구간이 폐선이 되면서 이후 역사 건물은 광고기획사 건물로 활용되어 왔다.
역사 건물뿐 아니라 역 구내에는 신호기, 전차대 등이 남아 그 시절 수인선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으나 복선 전철공사가 진행되면서 모두 사라지고 지금은 증기 기관차에 물을 공급해주던 급수탑만이 남아 세모지붕 역사 건물과 함께 이곳이 구 송도역 자리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얼마 전 전시 준비를 위해 구 송도역을 조사하였다. 녹슨 급수탑은 여전했지만, 그간 이 건물에 세들어 있던 광고회사는 망했는지 건물은 잠겨진 채 비어있었고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던 역 앞 계단 양쪽의 버드나무는 재작년 태풍에 부러져 볼 상 사나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이 건물에 새로운 사업자가 입주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낡은 역사건물의 생명이 몇 년은 더 연장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하지만 몇 년 전 구 소래역 건물이 소리 소문 없이 철거 당했듯이 구 송도역 건물도 언젠가는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 버릴 것 같다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그 자체가 역사이자 유물이었던 구 소래역 건물과 철로를 너무나 쉽게 헐어버리고 그 옆에 신축한 소래 역사관을 채울 유물을 수소문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상을 보면서 이 참에 구 송도역 건물을 수인선과 관련한 기념관으로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으로서 생명을 다한 지 20년이 훌쩍 넘어버렸기에 내부는 많이 변해 버렸지만, 세월을 간직한 역사건물과 건물 벽에 선명히 새겨진 '송도'라는 글씨만으로도 이 건물은 수인선의 기억을 담아내는 공간이 될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본다.

지금 우리는 수인선과의 두 번째 만남을 준비하고 있는 동시에 두 번째 헤어짐을 준비하고 있다. 높다란 교각과 지하로 달리는 세련된 수인선 전동 열차를 타면서 사람들은 뒤뚱거리며 달리던 수인선 협궤 열차를 서서히 잊어갈 것이다. 그것이 서글픈 이유는 협궤 철로 수인선과 꼬마기차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이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