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다리 수영선수'김세진 군과 어머니 양정숙 씨
11일 입양의 날 … 사람들 인식부터 바뀌어야
   
▲ 로봇다리 수영선수로 유명한 김세진(오른쪽) 군과 어머니 양정숙 씨


"부모는 색연필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라는 도화지에 예쁜 그림을 그려 넣는 … ."

로봇다리 수영선수로 유명한 김세진(16·오른쪽) 군이 특별한 인천나들이에서 수줍어 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한쪽 손과 두 다리가 없는 선천성 무형성장애를 갖고 태어난 세진 군은 생후 6개월 때 지금의 엄마 양정숙(44·왼쪽) 씨를 만났다.

그는 장애와 입양이라는 두 배의 사회적 편견 속에서도 지난 2007년부터 각종 세계수영대회에서 상을 휩쓰는 운동선수로 성장했다.

현재 올해 열릴 런던 장애인올림픽 메달을 목표로 바쁜 훈련을 소화 중이지만 수년 째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시간을 쪼갰다.

"엄마와 처음 만났던 아기집(보육원)에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러 가요. 동생들이 가끔 '왜 난 형처럼 안돼'라고 말하거나 마치 자기를 소개하는 것처럼 자기 이름과 잘하는 것들을 나열할 때 보면 가슴이 아파요. 원래 아이들은 아무 걱정 없이 뛰어 놀아야 하잖아요."

양씨 역시 지금도 몇년 씩 부모를 기다리며 시설에서 지내고 있는 아이들을 마음 아파했다. 특히 국내에서 입양되기 더 힘든 장애아, 남아에 대한 인식개선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양씨는 "아이가 어떻게 생겼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입양가정, 특히 장애아 입양가정에 대한 과장된 혹은 왜곡된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변 사람들은 저를 보거나 입양가정을 보면 흔히 대단하다고 하지요. 이런 소리는 듣기 싫어요. 이젠 '축하해요'라는 말을 했으면 좋겠어요."

세진 군과 입양과 장애에 대해 자연스럽게 의견을 나누고 심지어 농담으로 '계모'라는 단어도 서슴지 않는다는 양씨는 아직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마지막 말을 건넸다.

"모두 마음먹기 나름이에요. 눈과 귀에 독을 바르면 모든 것이 힘들죠. 하지만 약을 바르면 모든 게 다 행복이에요."

/글·사진 심영주기자 yjshim@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