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남북한 관계와 한반도 주변의 역학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정일의 방중은 지난 94년 집권이후 첫 외국 방문이라는 점에서 북·중 관계의 급속한 접근을 의미하는 것이며, 평양-베이징(北京) 축이 향후 한반도 문제에서 과거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외교 전문가들은 『서울-워싱턴-도쿄(東京)의 한·미·일 3각축을 중심으로 활발히 주도됐던 한반도 정세의 변화는 평양-베이징 축이라는 강력한 세력의 등장으로 힘의 균형을 이뤘으며 이에 따라 양 세력간의 타협이 불가피해졌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중국은 한국과 동반자적 우호협력관계를 유지하고, 북한과도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완벽히 복원하는 등 남북한 등거리 외교를 완결시킴으로써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강력히 견제할 수 있게 됐다고 할 수 있다.

 또 오는 12일의 역사적인 평양 남북정상회담은 남북한 당사자가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정착, 통일의 길을 모색한다는 민족적 측면외에 이같은 세력 균형의 접점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런 점에서 김정일의 방중과 북.중의 접근은 10일여 앞으로 다가온 남북정상회담에 어떤 형태로든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당국자들은 일단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이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한국 정부의 진의를 전달했을 것』이라면서 『따라서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이 남북정상회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 고위 당국자는 『지난 4월 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이 중국을 방문, 우리의 입장을 설명했고 중국도 이에 적극 동조했다』면서 『김 위원장이 중국으로부터 직접 한국 정부의 진의를 듣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양 세력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강조될 경우 남북정상 회담 자체가 민족화해의 실마리를 마련한다는 기본 취지에 접근하지 못한 채 어려움에 봉착할 수도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

 즉 지금까지는 한·미간 공조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으나 미국이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한국측에 지나치게 재촉하거나, 또 북한이 중국이라는 든든한 후원자를 배경으로 주한미군 철수 문제같은 난제에 집착할 경우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같은 한반도 주변 기류의 급속한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한반도 평화정착과 통일의 길을 모색하는 슬기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