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봉 남부경찰서 강력3팀 경사


윤씨가 숨졌을 때 경찰은 이 사건을 단순 사고사로 여기고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윤씨 유족이 고소장을 내자 사건이 형사들 사이에 돌고 돌았고 결국에는 굵직한 살인 사건을 여러 번 해결한 경험이 있는 김학봉 경사에게로 왔다.

소장을 본 김 경사는 느낌이 왔다. 베테랑 형사들은 언제나 수사의 '촉'이 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점은 시신이 이미 화장된 상태라는 것. 정황 증거밖에 없는 상황이다.

살인 사건 중에서도 최악의 사건인 것이며 형사들이 기피한 이유이기도 하다.

김 경사는 "힘들었지만 하나하나씩 증거를 모았다. 모두 정황 증거였지만 이 증거들이 모이면 재판부를 설득시킬 수 있는 증거가 되리라고 믿었다"고 설명했다.

김 경사는 탐문수사와 통신수사를 밥 먹듯이 했다.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수사를 하면 할수록 A씨가 범인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동시에 수사는 갈수록 어려워졌다.

A씨가 분위기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흐를 때마다 진술 거부를 하거나 표적 수사를 한다며 김 경사를 상대로 청문감사실에 진정을 넣는 것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A씨가 거짓말 탐지기를 한다고 자신했다가도 곧바로 말을 바꿔 하지 않겠다고 한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러 흩어져 있던 증거 조각들은 어느새 A씨를 향한 칼로 변했고 검찰도 김 경사의 살인 혐의 기소 의견을 받아들였다.

김 경사는 "억울한 범죄 피해자들의 원한을 풀어주는 게 형사"라며 "앞으로도 형사로서 자부심을 갖고 모든 사건에 대해 열정을 쏟아 붓겠다"고 약속했다.

/박범준기자 parkbj2@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