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준 사회부 기자
   
 

'총독부'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식민지를 다스리기 위해 설치하는 최고 행정기관을 뜻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이라면 특히 이 단어가 생소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로부터 지배를 받으면 숱한 고통을 겪었던 것을 두고두고 잊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치욕의 일제 식민통치에서 벗어난 지 67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일제 강점기의 잔재가 남아 있다. 그것도 인천을 대표하는 관공서에 말이다. 인천시가 지난 2008년 7월7일자로 발행한 992호 시보에서 일제 잔재를 찾아볼 수 있었다.

'숭의5구역 주택재개발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결정 및 지형도면 고시'(시보 66p)에는 '총독부 고시 19호(1939.3.11)'란 문구가 버젓이 표시돼 있다. 이는 해당 재개발지역내 도로에 대한 최초 결정일을 나타낸 것으로 총독부 시절 도로가 생겨난 이후 여태껏 고시변경이 없었던 셈이다. 이 시보는 공문서로서의 효력을 지닌다.

이렇게 가정해보자. 한국어를 좀 아는 외국인이 인천시 홈페이지를 살펴보다 이 시보를 보았다고 하자. 이 외국인은 총독부란 단어를 보고 한국인 친구에게 "너의 나라는 아직도 식민지국가니"란 질문을 던지지 않았을까 싶다.

서류상으로는 분명 총독부 산하 인천시가 되는 셈이다. 방치된 일제잔재는 또다른 잔재를 낳기도 한다. 실제로 인천의 한 감정평가회사는 시보를 보고 그대로 총독부란 단어를 옮기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그래도 이것들이 우리 역사의 뿌리니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문제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그러면서 총독부 고시에 대한 명칭을 바꾸려면 엄청난 행정력이 들고 이에 앞서 사회적 합의를 절차도 거쳐야 한다고 곁들였다.
그야말로 가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그동안 공무원들 가운데 어느 누가 시보를 보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건의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리에만 가만히 앉아 침묵을 지키고 있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다 함께 문제를 인식하고 여론을 형성하고 목소리를 내야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런 실천을 해야 할 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