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편 담은 세 번째 시집 발간 …'인간실존의 경이로움'관조
   
▲ 나의 상처는 돌너의 상처는 꽃류시화 지음문학의숲146쪽, 8천500원


류시화 시인이 세 번째 시집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문학의숲)을 펴냈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이후 15년 만에 펴낸 이번 시집에서 류시화 시인은 그동안 써온 350편의 시 가운데 56편을 소개하고 있다.

상처와 허무를 넘어 인간 실존의 경이로움과 삶에 대한 투명한 관조가 담긴 시편들을 통해 긴 시간의 시적 침묵이 가져다 준 한층 깊어진 시의 세계를 마주하게 된다.

'사하촌에서 겨울을 나다', '봄은 꽃을 열기도 하고 꽃을 닫기도 한다', '두 번째 시집에서 싣지 않은 시', '언 연못 모서리에 봄물 들 때쯤', '살아 있는 것 아프다', '비켜선 것들에 대한 예의' 등 여행의 노정 위에서 수없이 반복된 중얼거림으로 완성해 저자만의 독특한 리듬과 언어적 감성이 스며들어 있는, 다양한 소재와 주제의 시편들을 감상할 수 있다.

류시화 시인은 그동안 시 발표와는 거리를 둔 채 명상서적을 번역 소개해왔다.

시집 출간이 늦은 이유에 대해 시인은 짧은 서문에서 "시집을 묶는 것이 늦은 것도 같지만 주로 길 위에서 시를 썼기 때문에 완성되지 못한 채 마음의 갈피에서 유실된 시들이 많았다. 삶에는 시로써만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시집에는 긴 시간의 시적 침묵이 가져다 준 한층 깊어진 시의 세계가 있다. '시는 삶을 역광으로 비추는 빛'이라는 그의 말을 증명하듯, 시인의 혼이 담긴 56편의 시에는 상처와 허무를 넘어 인간 실존의 경이로움과 삶에 대한 투명한 관조가 담겨 있다.

또한 오랜 기간 미발표 상태에서 써 온 시들을 모은 것이라 시의 소재와 주제의 다양성도 이 시집의 특징이다. 그러나 그 다양한 노래 속에서도 시인은 "세상의 벼랑 중에/ 마음의 벼랑이 가장 아득하다"고 말한다.
이번 시집의 해설을 쓴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이홍섭은 멕시코 시인 옥타비오 빠스의 "시인은 언어에 봉사하는 자"라는 말을 인용하며 "시인은 언어에 봉사함으로써 언어의 본성을 되돌려 주고, 언어가 자신의 존재를 회복하게 해 준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다음의 시에 주목한다.

이문재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해 "류시화의 시는 '감응의 시'다. 그의 감응은 시의 대상을 끌어안으면서 공감과 연대의 차원으로 확장된다. 이 과정에서 '큰 순환에 자신을 내맡기는 기술'을 터득한다.

하지만 그 기술이 늘 따뜻한 것만은 아니다. 냉정이 깊어지는가 하면, 분노가 폭발하기도 한다. 류시화의 시는 앨런 긴즈버그와 함께 '거대한 세탁'을 하면서 폭력에 바탕한 산업문명을 전복시킨다. 감응과 연대가 '안전한 수준'에서만 이뤄진다면 삶과 문명의 전환은 불가능하다. 지금과 다른 삶, 여기와 다른 세상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리가 타인의 고통, 뭇 생명의 아픔을 이해하는 시적 감수성을 회복한다면, 오늘의 '나'는 분명 어제와는 다를 것이다"고 말한다. 146쪽, 8천500원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