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성기자 체육부
   
 


'인천호'가 있다. 꼬박 10년 전 시민들이 한푼두푼 모아 건조됐다. 힘도 있었다. 함께 레이스를 펼치는 다른 배보다 월등히 뛰어났다. 코스닥이란 꿈의 바다에서 항해가 추진될 정도였다. 인천호가 의외로 잘 나가자 선주에겐 욕심이 생겼다. 바다 위 항해보다 인천호를 통해 정치적 기반을 다졌다. 갈 곳이 뻔한 배의 방향키를 빼앗아 선주가 원하는 곳으로 몰았다. 어차피 선주에게 인천호는 잠시 스쳐가는 소유물 정도였다.

하지만 배를 타고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바다사나이에게 인천호는 삶 그 자체다. 선주에 맞섰지만, 돌아온 건 철저한 궁핍 뿐이었다. 선주는 심지어 선원 월급을 지급하지 않았다. 결국 선장도, 기관사도, 조타수도 모두 배를 버렸다. 잘 나가던 인천호는 지금 침몰위기다.

프로축구 시민구단 인천유나이티드에 관한 이야기다. 인천시가 2개월 넘게 공석으로 있는 인천구단 대표이사직에 조동암 문화관광체육국장의 사장대행이란 카드를 빼들었다. 표류하는 인천호를 구할 방안으로 궁여지책 끝에 마련됐다. 조 사장대행은 새로운 대표이사가 선임될 때까지 구단 전반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을 갖는다. 이를 통해 시는 가장 급한 재정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시의 이같은 노력에 무언가 석연치 않은 것이 있다. 우선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인천구단을 외면했다는 점이다. 구단의 재정악화는 1년여 전부터 불거졌다. 구단수뇌부의 잇단 사퇴 후 회생방안이 마련됐다는 점도 걸린다. 더구나 조 사장대행이 구단경영에 적극 관여한 후 수뇌부의 줄사퇴가 이어졌다.

종합하면 구단 장악용 수단이란 결론이다. 구단을 통해 정치적 욕심을 채우려는 구단주 인천시장의 뜻에 반대한 수뇌부가 모두 사퇴했기 때문이다. 확실한 건 인천호의 방향키는 구단주가 잡고 있다는 것이다. 배를 몰아 산으로 갈 지, 바다로 갈 지는 모두 구단주의 몫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