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쓰모토 세이초

오늘은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의 거장 마쓰모토 세이초의 장편소설 <짐승의 길>(북스피어)을 소개한다.

본 기자는 15년 전인가, 우연히 배다리 헌책방에서 마쓰모토 세이초의 <북으로 간 시인-임화>라는 소설을 구입해서 읽은 적이 있다. 당시에 본 기자는 과문한 탓에 마쓰모토 세이초의 명성을 전혀 알지 못했다. 단지 본 기자는 임화의 시에 심취해 있었는데 임화가 월북한 이유와 미국 제국주의자의 스파이로 몰려 죽음을 당하던 일련의 과정들이 궁금한 터에 그 책을 사서 읽었던 것이다.

그리고 십 수 년이 지난 지금 다시 세이초의 소설세계로 빠져들게 되었다. 세이초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반문하실 독자가 있을 터. 잠깐 그에 대해 언급하겠다.

마쓰모토 세이초는 일본 미스터리 소설 장르에서 '사회파'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작가다. 요즘 상영하고 있는 변영주 감독의 영화 <화차>의 원작자가 현재 일본 미스터리 소설계를 주름잡고 있는 미야베 미유키인데, 그녀가 바로 세이초의 소설에서 영향을 받은 작가다. 이밖에도 일본 미스터리를 주도하고 있는 기리노 나쓰오, 히가시노 게이고(본 기자 <명탐정의 규칙>이란 소설을 소개한 바 있다) 사족이지만 본 기자는 변영주 감독에 대해 그다지 호감을 갖고 있진 않다. 그러니 영화 <화차>에 대한 홍보성 기사는 결코 아니라는 점을 독자들께서 헤아려주길 바란다.

마쓰모토 세이초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학교라곤 겨우 소학교만을 마쳤다. 그는 신문기자가 꿈이었으나 학력차별로 인해 신문사에 입사하지 못하게 되는 좌절감을 맛본다. 그 후 그는 빗자루 장사를 하는 등 생계에 전념하다가 41세의 나이에 작가의 길을 걷게 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해 82세에 타계할 때까지 장편 100편, 중단편 350편 등 1천여 편의 소설과 에세이를 발표했다. 출간한 책만 무려 700권이다.
돈도 무진장 많이 벌었다. 한때 일본 작가들 중 납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점 특히 존경스럽다! 성실 납세의 의무, 얼마나 위대한가! 오늘날 우리 사회는 흔히 사회 지도층 인사들과 부유층, 예를 들자면 일부 의사, 변호사, 연예인 등등이 돈을 왕창 벌면서도 소득액을 축소 신고하는 탈세를 일삼지 않는가. 미안하다. 샛길로 빠져서.

다시 본론으로 돌아온다. 마지막으로 세이초에 대해 언급하자면 그는 단순한 추리소설 작가를 뛰어넘는 위대한 작가이기도 했다. 그는 전쟁과 조직, 권위주의, 권력에 반대했으며 항상 평등한 인간세상을 꿈꿔왔던 사회주의자였다. 그의 미스터리 소설이 사회성 짙은 사회파로 흐른 이유도 이 같은 그의 사상과 무관하지 않다.

자, 이제 <짐승의 길>을 소개하겠다. 이 작품은 상하권으로 구성돼 있으며 두께도 두껍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기자 하룻밤 꼬박 날을 세워가면서 완독했다. 즉 엄청나게 재밌다는 얘기다. 미스터리 소설의 특성상 줄거리를 언급하는 것은 금기인데 맛보기로 잠깐 소개하겠다.

주인공인 다미코는 뇌연화증으로 누워 있는 남편을 대신해 고급 온천 여관에서 일하는 종업원이다. 또 다른 주인공인 히사쓰네는 즐거움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가정의 가장이자 말단 형사다. 다미코의 남편은 병으로 쓰러진 후부터 틈만 나면 짐승처럼 그녀의 몸을 탐하거나 질투에 눈이 멀어 아내를 학대한다. 히사쓰네의 아내는 무능하고 경제력 없는 남편에게 시종일관 히스테리를 부린다. 급기야 다미코는 고의적으로 집에 불을 질러 남편을 살해함으로써, 히사쓰네는 오로지 다미코를 품고자 하는 일념으로 그녀를 추격하면서, 두 사람 다 짐승의 길로 들어선다. 그리고 이후 이들을 둘러싼엄청난 음모와 배신이 이어진다.

줄거리를 더 소개하고 싶지만 미스터리 소설의 내용을 죄다 까발리면 책을 읽지 않을 게 뻔하므로 눈물을 머금고 여기서 멈춘다.

어쨌든 본 기자, 연인에게 차여 슬픔에 젖어 있는 분들과 비정규직으로 차별을 받고 있는 분들, 살인적인 등록금으로 고생하는 대학생들 등 모두에게 이 소설의 일독을 권한다. 재밌게 소설을 읽고 나서 다시 힘을 내도록 하자. 홧팅!

/조혁신기자 chohs @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