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총리의 장례식에 직접 참석키로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당초 이번 장례식에 총리급 조문사절단을 파견할 예정이었으나 김 대통령은 오부치 전 총리의 재직중 나눈 특별한 교분과 신뢰, 상호존경의 기억을 소중히 여겨 자신이 직접 장례식에 참석, 조의를 표하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우리나라 국가원수가 외국의 정상 장례식에 참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63년 케네디 미 대통령 서거때 박정희 당시 대통령 당선자가 미국을 방문한 적은 있지만 현직 대통령 자격은 아니었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의 타계(79년)때 일본에서 기시 노부스케(岸信介)씨가 전 총리 자격으로 장례식에 참석했을 뿐 아직 한·일간에 현직 최고지도자가 직접 조문을 한 적이 없다.

 김 대통령은 오부치 전 총리가 「과거 사죄 선언」 등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자신의 일본 국빈방문(98년 10월)과 오부치 총리의 한국 방문(99년 3월) 등을 통해 갈등으로 점철된 양국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해 왔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했다.

 오부치 전 총리가 숨지자 미망인에게 보낸 조전에서도 김 대통령의 고인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배어있다.

 김 대통령은 전문에서 『오부치 전 총리께서 회복치 못하고 끝내 서거하셨다는 비보에 애석함과 슬픔을 참을 수 없다』면서 『본인에게는 가장 존경하고 가까운 친구였다』고 애도했다.

 특히 김 대통령이 장례식에 참석하면 조문사절로 일본을 찾는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국가원수들과의 만남도 자연스레 이뤄질 전망이어서 「조문외교」도 기대된다.

 현재로선 조문사절로 올 국가원수들과의 개별회동 계획은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 총리가 29일 방한, 정상회담을 갖는 데 이어 남북정상회담을 불과 4일 앞둔 시점에서 클린턴 대통령과도 만나 한·미 정상간에 남북회담을 둘러싼 빈틈없는 대북공조를 재확인하는 자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울러 압두라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 훈센 캄보디아 총리 등 아세안 주요 회원국 지도자들과 장례식에서 만나 남북회담에 관한 의견도 나누고 동아시아 정상간의 우의를 다지는 계기가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용우기자〉 yongul@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