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닉 케이브

이번 주 '책과 사람'에서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작가의 소설 한편을 소개하련다.

소설이란 장르란 대중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즉, 인문사회학적 영역에 걸쳐있다. 이른 바 양 다리, 네 다리, 문어 다리가 걸쳐져 있다는 얘기. 그래서 그런지 누구나 자기 인생을 글로 쓰면 장편 소설 한권쯤은 나온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한때 우리나라도 유한마담 출신들이 대거 문단의 문을 두드린 적이 있었으며, 결국에는 우리나라 문단을 여성들이 주름잡게 된다.

언젠가 모 평론가가 본 기자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과거에는 소설 써서 먹고 살 수 있었는데 작금에 상황은 소설이 워낙 안 팔리니 일부 유명작가가 아니고서는 밥 굶기 십상이라고. 그래서 경제적으로 조금 자유로운 여성들이 문단에서 주류를 이룰 거라고. 뭐, 이 말은 반을 옳고 반은 그르다고 할 수 있다. 글이란 건 성별이나 경제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영역이 아니라 순전히 작가의 피나는 노력과 상상력에 의존하는 거니까.

오늘 소개하는 작품은 닉 케이브의 <버니 먼로의 죽음>이란 소설이다.

닉 케이브, 이 사람은 영국 출신의 뮤지션이다. 우리말로 돌려 지칭하자면 딴따라다. 여기서 잠깐, 딴따라 출신이라고 해서 그의 작품을 우습게보진 말아주시길. 그는 1984년 결성한 전설적인 락밴드 '닉 케이브 앤 더 배드 시즈(Nick Cave & The Bad Seeds)'의 리더 겸 싱어송라이터로 유명하다.

음악 외에도 다재다능한 그는 <베를린 천사의 시>(본 기자의 서재에 영화 비디오가 꽂혀 있다)란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첫 번째 장편소설로 <그리고 그 얼간이는 천사를 보았네>가 있다. 소설가와 배우에 만족하지 않고 <명제(The Proposition)>라는 영화의 각본까지 썼다. 한마디로 만능 엔터테이먼트다. 본 기자와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은 사내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지만.

본론으로 돌아오자. 이 소설은 무척 외설적이다. 시쳇말로 야하고 '뿅' 가는 소설이다. 그러면서도 무진장 우습고 인생의 비극이 절절이 묻어나는 소설이다. 그래서 그런지 2009년 9월 출간된 이 소설은 영미권을 비롯해 유럽 각지와 인도, 중국, 남미까지 등 총 32개국에서 출간되었다.

왜 이렇게 많이 팔렸는지는 책을 읽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일단 노골적인 성적 묘사와 기괴한 사건, 음담패설, 주인공 버니 먼로의 상상을 초월한 망나니짓과 난잡한 행위들이 정신없이 쏟아져 나온다. 게다가 주인공 버니 먼로의 불쌍하고 어린 아들의 시선으로 온갖 추잡한 행위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감칠맛 나게 하지 말고 소설 속으로 잠깐 들어가 보자. 주인공 버니 먼로는 엄청난 섹스광인 동시에 화장품 방문 판매원이다. 버니 먼로는 고객들에게 화장품만 파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성적인 욕구를 재빠르게 간파하고 자신의 성욕과 고객의 성욕을 두루두루 만족시키는 난봉짓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의 자살로 인해 그는 공황 상태에 빠진다. 아내의 죽음 따위는 그의 인생에 별반 영향을 못 미치지만 골칫거리는 아홉 살 난 아들 버니 주니어를 돌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내가 목을 매단 침실에서 더 이상 묵을 수 없었던 버니는 아들을 데리고 도망치듯 길을 떠난다. 그는 아들을 차에 태운 채 화장품을 팔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소설은 일종의 어드벤처 로드 픽션이다.

한심한 주인공의 망나니짓은 독자들의 즉자적 욕구를 충분히 채워주기도 하지만 묘하게도 인생의 비극을 느끼게 해준다. 왜냐고? 주인공은 그야말로 가진 것 없는 화장품 외판원에 불과하고 먹여 살려야 할 아들을 둔 불쌍한 가장이다. 아들의 눈에는 아버지가 부대끼는 세상이 난폭하고 불안한 세상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늘 따라다니는 공포와 불안은 바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모든 인간들이 겪는 문제 아니겠는가. 그러니까 이 소설의 매력은 거기에 있는 것이다. 우리들의 공포와 불안 그리고 광기의 근원을 향해 에둘러가지 않고 그냥 '직빵'으로 날아가는.

과연 버니 부자의 어드벤처 로드 액션의 종말은 어떻게 될지? 결말은 독자들이 직접 확인하시길. 참 힌트를 준다면 이 소설의 제목에 결말이 대충 나와 있다.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