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츠키 히로유키

2천200만 부가 팔린 소설책이 있다. 바로 일본 문학계의 거장인 이츠키 히로유키의 장편소설 <청춘의 문>이다. 본 기자는 지난 주 밤을 새워가면서 2천200만 독자대열에 합류했다.

수년 전에 '책과 사람'에서 <신의 발견>이란 종교산문집을 소개한 적이 있다. 당시 그의 대표작인 <청춘의 문>을 읽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에 한국어판이 출간되어 잽싸게 책을 읽기 시작했던 것이다.

먼저 이츠키 히로유키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한다. 작가는 수많은 기록을 남긴 일본 문학계의 거장으로 손꼽힌다. 1978년에 '나오키상' 선정위원으로 발탁돼 2009년까지 32년에 걸쳐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바람에 날리어>, <대하의 한 방울>, <사계-나츠코> 등이 밀리언셀러가 됐다. 그의 소설은 16편이 영화로 만들어졌고 81편이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특히 <청춘의 문>은 문고본 초판 100만 부 발행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 소설은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하며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1975년, 1981년에 두 차례에 걸쳐 영화화됐고 1976년, 1991년, 2005년에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 소설은 시대의 파도를 뛰어넘는 한 소년의 성장담을 그리고 있다. 소년의 성장담이니까 당연히 고뇌 속에서 사랑과 인생에 대해 눈을 떠가는 소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주인공은 이부키 신스케다. 이부키 신스케는 석탄산으로 둘러싸인 땅, 지쿠호에서 태어나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할 당시 유년기를 보내며 성장한다. 어찌 보면 이 소설은 청춘소설이자 대중소설이랄 수 있다.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과도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매우 문학적인데 그 이유는 신화적 요소와 2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다시 소설 줄거리도 돌아가자. 이부키 신스케는 탄광사고로 광산에 갇힌 징용 조선인 광부를 자신의 생명을 걸고 구해낸 지쿠호의 전설적인 인물 이부키 주조의 아들이다. 신스케의 아버지 주조는 강제 징용되어 일하다 갱내에 갇혀버린 조선인들을 구하고 죽음을 맞는다. 주조에게 의협심과 정의감을 물려받은 신스케는 강인하고 아름다운 계모 다에와 함께 험난한 시대의 물결을 헤쳐 나간다.

그러던 중 다에가 병을 앓게 되고, 하나와 류고로가 돌아와 모자를 돕는다. 젊은 시절 다에를 두고 주조와 대립했던 하나와 류고로는 주조가 죽기 전, 다에와 신스케를 돌봐주겠다고 의리로 맹세한 적이 있는데 그 약속을 지킨 것이다. 다에는 요양원에 입원하고 신스케는 하나와 조직의 사무소에 기거하며 학교를 다닌다.

하나와 류고로가 우두머리로 있는 하나와 조직은 야쿠자 조직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운송업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신스케는 하나와 조직의 일을 도우며 조직의 형들과 어울린다. 그리고 도쿄에서 애인을 따라 지쿠호에 온 고등학교 음악선생님 아즈사와 친해지며 자신이 이제껏 거리감을 가졌던 도쿄라는 도시, 대학 등에 대해 점차 관심을 품게 된다.

소설은 상하권이다. 상권은 주인공 신스케가 소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내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권은 고향을 떠나 대학에 입학해 방황하는 청춘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의 재미는 주인공 신스케가 자라면서 어른들의 세계를 알아가고, 다양한 방식으로 맺어진 인간관계와 소중한 가족의 죽음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깨닫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사랑과 성에 눈을 뜨고 자신의 길을 찾아 삶의 한복판으로 나아가는 성장담이 탄탄한 구성과 서사, 흡인력 있는 문체로 그려져 있는 점도 소설 독자의 구미를 자극한다.

게다가 주인공 신스케가 성장하면서 겪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 사랑, 방황이 전쟁과 민족문제, 사회문제 등과 얽혀 소설의 품격을 높여준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 끝을 보지 않고서는 잠을 이룰 수 없을 만큼 재밌다.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