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웃집들이 남새밭을 끼고 이 만큼씩 떨어져 있어 강영실 동무의 집은 언제나 호젓했다.

 인구는 몇 번 와보았던 곳이라 사관장이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골고 있어도 익숙하게 차를 몰았다.

 마을은 텅 빈 듯했다. 모내기철인데다 젊은이들마저 직장에 나간 시각이라 마을 어귀 텃밭가에는 나이 먹은 노인들만 손자나 손녀를 업고 나와 강아지와 함께 높이 솟은 TV 안테나나 맑은 하늘을 쳐다보며 무료하게 서성거릴 뿐이었다. 인구는 텅 빈 산길을 달려가듯 월암리 마을회관 앞을 지나갔다.

 바로 그때였다. 아침나절부터 마당에다 맷돌을 앉혀놓고 부지런히 콩을 갈아대던 강영실 동무는 쫑긋 귀를 세웠다.

 『이게 무슨 소리야?』

 대르릉거리면서 다가오는 차 소리가 아무래도 많이 들어보던 군인 화물차 소리 같았다.

 『오늘 량정사업소 가는 날인가?』

 돌리고 있던 맷돌을 멈추며 강영실 동무는 얼른 대문께로 걸어나갔다. 동사무소에다 가내 부업신고를 해놓고 두부나 묵을 쑤어 장마당에 내다 팔기도 하고, 또 밀주를 마시러 오는 인근 나루터 군인들에게 술안주로도 파는 그녀의 육감은 정확했다. 공터 옆에 차를 세워놓고, 저벅저벅 걸어오는 군인들의 모습이 사관장과 인구의 모습이 틀림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대번에 성복순(成福順) 동무를 불렀다.

 『복순 동무, 이리 나와 보라.』

 『왜 그래요?』

 『복순 동무가 보고 싶어하던 민경(민사행정경찰)부대 손님들이 오고 있어.』

 『영실 동무 좋아하는 사관장 동무는요?』

 『같이 와.』

 옆방에 사는 성복순 동무와 함께 장마당에 내다 팔 두부를 만들고 있던 강영실 동무는 대문께로 걸어나오며 환하게 웃었다.

 눈꼬리 밑으로 잔주름이 잡히고 있는 얼굴이었으나 그녀는 아직도 혼자 살기에는 너무 젊고 곱상한 얼굴이었다. 강영실 동무는 성복순 동무와 함께 반갑게 사관장을 맞았다.

 『어서 오시라요.이 봄날에 연락도 없이 웬일입네까?』

 강영실 동무가 앞으로 나가 인구가 들고오는 옷 보따리를 받았다.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사관장이 능글맞게 받았다.

 『영실 동무가 보고 싶어 왔디. 뭘 해?』

 『두부 만들고 있시요. 방으로 들어오시라요. 날래 밥 지어 올리갔시요.』

 강영실 동무는 먼저 방으로 들어가 늘려 있는 옷가지를 치우며 사관장을 불러들였다. 사관장은 군화를 벗고 방으로 들어가며 모자를 벗었다.

 『우리 새벽 2시에 부대에서 나와서 무척 피곤해. 우선 좀 쉬게 해 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