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재다능한 가정주부, 치유 과정서 진정한 자아찾기 


 

   
 

<퀴르 강의 푸가>(안 들라플로트 메드비·뮤진트리)의 원제는 '푸가(Fuga)'다.

푸가는 바흐의 음악으로 널리 알려진 서양 악곡 형식이다. 독립된 멜로디들이 서로 서로 쫓고 모방하고 어우러지는 형식 탓에 푸가를 들으면 여러 가지 모순된 감정과 자유로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프랑스 문단에서 촉망받는 신예 메드비는 이 음악 형식을 소설로 읽는 독특한 경험을 이 책을 통해 선사한다. 이는 국제법과 외교학을 공부하면서 피아노 연주와 오페라 연습을 계속한 작가 자신의 남다른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이 소설의 주인공 클로틸은 뛰어난 피아노 연주 실력에, 국립음악학교 학위, 비교언어학 석사, 외국어를 3개 국어나 구사하는 엘리트 여성이다. 그러나 서른셋, 아직 젊은 그녀에게는 잘나가는 파일럿 남편과 아이들이 넷이나 있다.

국제법을 공부하며 피아노를 연주하고 소설을 쓰면서 책 제본사로 일하고 있는 작가 메드비처럼, 소설 속 클로틸 역시 이렇게 다재다능한 재능을 갖고 있으면서도 집에서 살림하고 아이들을 키우는 데 몰두한다. 이 주인공 혹은 작가의 다양한 관심사와 열정이 이 소설에서 '푸가' 형식으로 다양하게 변주되고 반복되고 어우러진다.

클로틸은 잘생기고 능력있는 남편의 그늘 밑에서 네 명의 아이들을 키우는 중산층 가정주부이다. 그런데 막내 쌍둥이들이 학교에 첫 등교를 하는 날, 큰딸이 학교에서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고 딸을 찾아 미친 듯이 퀴르 강변을 헤매게 된다.

다행히 강 건너편에서 딸을 찾아내지만 클로틸은 충격으로 목소리를 잃게 된다. 그리고 목소리를 찾아 지난한 치료 과정에 돌입하게 된다.

클로틸은 치료 과정에서 자신이 말은 못해도 노래는 부를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노래하는 목소리가 대단히 아름답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한가한 오후에 음악을 듣거나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으로 못다 이룬 꿈에 대한 갈증을 풀고 있던 그녀는, 마음속에 잠들어 있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욕망을 서서히 찾아 간다.

주인공 클로틸이 자신의 열정과 행복을 찾도록 인도하는 것이 바로 음악이다.

음악은 말할 수 없는 것, 말로는 들을 수 없는 것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말을 잃기 전에도 잃은 후에도 그녀의 감정은 말이 아닌 음악으로 표현된다.

클로틸은 말을 잃고 음악을 얻지만, 결국 음악의 힘으로 다시 말을 되찾는다. 408쪽, 1만 4천 원.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