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중국서 펼친 투쟁
'광복'희망·열정 그려


 

   
 

안재성 장편소설 <연안행>이 출간됐다.

<연안행>은 일제강점기 혁명의 성지 연안으로 가는 조선의용대 청춘들의 눈부신 희망의 기록으로 픽션과 논픽션을 가르는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안재성 작가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엄혹한 제국주의 시대에 머나먼 중국 땅에서 독립을 위해 싸웠던 조선의용대다.

1938년 김원봉에 의해 창설된 조선의용대는 중국의 광활한 대륙을 무대로 항일운동에 업적을 남긴 독립운동단체.

이 소설은 김원봉, 박효삼 등 당시 조선의용대를 이끌었던 실존 인물들과 주인공 임상혁, 정명선 등 가상 인물들을 등장시켜 조선의용대가 머나먼 중국 땅에서 이루고자 했던 단 하나의 꿈, 독립에 대한 열정과 싸움을 호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액자소설 형식을 띤 이 소설은 모 문학상의 심사위원을 맡은 작가가 유난히 눈에 들어온 소설 한 편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북한 주민이 보내온 그 소설의 제목은 '연안행'으로 그의 아버지가 겪은 파란만장한 독립운동기를 그리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 이름은 임상혁.

1938년 늦가을, 스물세 살의 나이에 독립운동의 뜻을 품고 중국 상해로 건너온 청년 임상혁은 조선의 젊은이들이 주로 모인다는 상해의 한 조선 국숫집에서 정명선이란 여인을 만나 그녀의 권유로 조선의용대에 합류한다.

그렇게 그의 파란만장한 독립운동기가 시작된다.

이 소설은 임상혁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중심으로 조선의용대(1942년에 조선의용군으로 바뀜)가 무한, 계림을 거쳐 연안으로 가기까지의 여정을 주요 이야기로 풀어낸다.

그들의 여정은 돌파와 후퇴를 거듭하는 험난함의 연속이다.

당시 조선의용대는 함화(가까이 맞선 적군을 향하여 큰 소리로 하는 정치적 군사적인 선전전)를 주로 담당했지만, 상황에 따라 격렬한 전투를 치르는 일도 적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생을 마감하기도 했다.

때문에 보통 전쟁이나 전투 상황을 그린 작품들에서는 인간으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삶과 죽음의 고뇌 등을 무겁게 그려내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조선의용대의 희망에 찬 모습을 시종일관 밝게 그렸다.

이들의 이야기는 격랑의 한국 현대사에 휩쓸려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결국 조선의용대는 남한에서도, 북한에서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이데올로기의 극한 대립으로 인한 파워 게임 속에서 독립을 위해 힘썼던 조선의용대원들의 업적은 상당 부분 가려진 게 사실이다.

소설 <연안행>은 2012년 첨단의 시대에 그들의 삶과 꿈을 되살리려는 시도이다.

작가 안재성은<파업>, <황금이삭>, <경성트로이카> 등으로 잘 알려진 작가다.

1980년대 노동소설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파업>, 한국 근·현대사 100년의 궤적을 훑어낸 <황금이삭>, 1930년대 경성에서 노동운동을 펼친 지하 혁명조직 '경성 트로이카'의 활동을 복원하고자 했던 <경성트로이카>에 이르기까지 안재성은 그동안 한국 근·현대사에서 잊혔던 역사와 인물들을 복원하는 데 힘써왔다.

256쪽, 1만원.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