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동철 교사'학생과 함께 만드는 배움의 현장'기록


 

   
 

<달려라, 탁샘>(도서출판 양철북)은 현직 교사 탁동철 선생이 산골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보낸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1998년부터 2010년까지 양양 설악산 자락 학교와 2011년 속초 바닷가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했던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다.

16년 동안 교실에서, 산과 계곡에서 아이들과 공부하고, 놀고, 싸우고, 연극하고, 토론하는 등 자신의 어릴 적 소중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던 마을의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과 따뜻한 기억을 엮어가는 저자의 이야기가 진한 감동을 전해준다.

아이들보다 더 낮은 곳에서 아이들을 올려다보고, 아이들의 짤막한 말 한마디에 담긴 진실을 읽어주는 저자의 교육관이 오롯이 느낄 수 있다.

탁동철 선생은 운동장 귀퉁이 조그만 논을 만들어 모를 심어 가꾸고 그 쌀로 교실에서 아이들과 밥을 지어 먹는다. 아이들과 함께 닭장을 지어 닭과 토끼도 키우고 그 과정을 글로 남긴다. 동물 발자국 관찰하러 산속으로 들어가고, 아이들과 마을 어른들 이야기를 들으러 나간다.

목청 돋궈 축척을 설명하다가 아이들이 못 알아듣자 버럭 화를 내다가도 금새 후회하며 "다음엔 사진 들고 와서 '봐라, 얼굴은 이만 한데 사진은 요만하다. 이렇게 줄여 놓은 게 축척이다'라고 끝내야지"하고 다짐한다.

'밑변과 높이'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기고 가출한 성택이를 붙잡기 위해 뒤를 밟기도 한다. '온도에 따른 물고기의 호흡 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아이들과 고기를 낚고, 실험하고는 "새롭게 안 것"으로 "물고기는 얼음물에서 기절하고 사람은 열심히 가르쳐 주면 기절한다"는 재밌는 글을 남긴다.

이 닦기 싫어하는 남자 아이들과 제발 좀 이 닦으라는 여자 아이들을 서로 논쟁 붙이면서 "나는 더 재미있는 쪽이 무조건 옳다고 본다"고 능청을 떤다.

벽에 자기에 대해 욕을 남긴 아이를 찾겠다며 여기 저기 소심하기 이를 데 없는 질문들을 하고 다니는 모습에 이르면 누구나 웃음을 참기 힘들 것이다.

탁동철 선생은 끝없이 아이들과 옥신각신하고, 이야기하고, 반성하고 화해하며 성장한다. 그의 교실에는 선생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하나하나가 돋보인다.

이 책은 저자가 교사로서, 한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한다.

이 책은 단순히 교단 일기가 아니다. 그의 글은 곱씹어 보면 어느 한 부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깊은 뜻이 담겨있다. 교실과 삶이 분리되지 않는다. 스승과 제자가 분리되지 않는다. 아이들도 가르치고 교사도 배우는 교실이다.

그래서 이 책은 어떤 이에게는 교육이란 무엇인지, 어떤 이에게는 삶이란 무엇인지 성찰하게 하고, 어떤 이에게는 향수를 주게 된다. 450쪽, 1만 4천 원 .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