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길 잇는 인천항


한국과 중국의 20년 교류사는 인천과 중국의 교류사이기도 하다. 이미 수교 2년 전부터 배가 오가기 시작해 현재 중국과 놓여진 15개 항로 중 10개 노선이 인천항을 통해 다니고 있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인천의 바닷길을 통한 양국의 인적·물적 교류를 살펴보고 확대·심화를 위해 필요한 점을 짚어본다.
 

   
▲ 인천 송도국제도시 서남단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천신항 Ⅰ-1단계 건설 현장. 2014년 본격적인 터미널 운영이 시작되면 한중 물동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천일보 자료사진

1990년 9월15일. 사람과 화물을 싣고 대한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을 정기적으로 오가는 첫 배가 떴다.

한중 합작 위동항운유한공사(현재의 ㈜위동해운) 소속 골든브리지(GB)호가 바로 그 선박.

끊겼던 우리나라와 중국 간 인적·물적 교류의 물꼬는 그렇게 인천항에서 다시 트였다.

첫 출항 때 123명의 여객을 태우고(화물은 없이) 인천항을 떠났던 GB는 인천과 웨이하이를 주 2회(항차) 왕복 운항하면서 그해 12월31일까지 9천412명의 여객과 248TEU의 화물을 날랐다.

첫 해, 만 3개월의 운항으로 올린 매출은 200만 달러.

만 21년 뒤인 2011년 12월 현재 이 항로에서는 덩치가 더 커진 NGBⅡ호가 주 3항차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올해 28만 명의 여객, 15만TEU의 화물을 처리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연 매출은 약 1억 달러 정도로 전망되고 있다.

어림 계산해도 이 항로 하나에서만 여객이 28배, 화물이 600배, 매출은 50배 신장한 셈이다.

지금 인천항에서는 노선을 1개 더 늘린 위동항운을 포함해 모두 합쳐 9개 선사가 10개 항로에서 정기 카페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1990년 9월15일, 한·중 간에 최초로 개설된 카페리 항로'인천-웨이하이'노선에서의 첫 출항을 앞두고 인천 내항에서 열렸던 취항식 모습./사진제공=㈜위동해운

얼마 전에는 개항 이래 최초로 연간 국제여객 100만명을 돌파했고 아시안게임이 인천에서 열리는 2014년에 새 국제여객터미널 건설이 완료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1년 9월 현재 우리나라에 온 중국인의 숫자는 입국자 수를 기준으로 167만 2천271명.

이 중 122만 1천663명은 비행기로, 45만 608명은 배로 입국했으며 인천공항으로 91만 4천567명이, 인천항으로 29만 6천855명이 입국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인천공항이 54.6%, 인천항이 17.7%를 점유하고 있는데 비교가 무의미한 인천공항을 제외하고 보면 사실상 인천항을 통한 입국자가 다른 어느 공항, 항만보다도 압도적으로 많다.
인천항 바로 다음에 있는 제주공항 입국자 수가 17만 5천392명에 그치면서 인천항과 10만 명 이상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컨테이너 화물은 어떨까. 현재 추정되고 있는, 9개 선사 10개 노선의 한중 카페리 서비스 이용 물량은 40만 7천971TEU 수준. 전량을 중국 교역 물량으로 봐도 무방하다.

컨테이너 항로는 14개의 중국 직항 노선과 동남아·아프리카·러시아 등지의 다른 나라도 거치는 18개의 경유 노선 서비스가 현재 인천항에서 제공되고 있는 상태.

며칠 전 인천항에서 연간 200만TEU 물동량 달성 기념행사를 가졌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정기 컨테이너 항로를 통한 소화량은 160만TEU쯤으로 볼 수 있다.

인천항 컨테이너 화물 중 중국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통 60~70% 사이로 보는 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니 연간 약 120만~140만TEU의 물동량이 중국과의 교역을 통해 소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10년 국내 컨테이너 물동량에서 인천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유율 9.6%.

그 존재감이 아직 여객 부문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의 실적이 상당 부분 중국 물량이고 여객과 마찬가지로 컨테이너 화물 역시 현재 건설 중인 인천신항의 2014년 개장 뒤로는 또 한 번의 성장 문턱에 진입할 것이라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전망이다.

따라서 지난 20년 간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고 앞으로 더욱 심화될 한중 간 사람과 물자의 교류와 교역은 인천항과 인천항에서 열린 바닷길에 커다란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송영휘기자 ywsong2002@itimes.co.kr

   
 

■ 앞으로의 과제는?


배후부지 등 재정 지원 확대
'대기록' 걸맞은 존재감 회복

그렇다면 이런 기여도와 자부심을 더 키우고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요구될까.

객관적 위상에 걸맞은 존재감을 확인받고 그를 제도적으로 보장받는 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연 관광객 100만명, 물동량 200만TEU라는 수치에 부끄럽지 않은 인프라와 시설 확보가 지금 인천항에서 제일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 현재 인천항 안팎의 한결 같은 목소리.

그 실질적 내용은 새 국제여객터미널과 인천신항을 건설하고 배후 물류부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압축된다.


이 사안에 대해서만큼은 단순한 지역개발 사업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지원해야 할 과제라는 점을 정부와 범 정치권으로부터 분명히 인정받는 일이 존재감을 확인받는 일에 해당한다.

그래야만 지금보다 더 많은 정부 예산 배정, 정책·행정적 지원 같은 제도적 보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점에서다.

신항 항로 수심 준설 예산, 새 국제여객터미널 건설 비용, 항만 배후부지 조성에 대한 재정지원의 확대와 배후의 광역교통망 확충 같은 기본 인프라는 물론 한중 정기 컨테이너 항로의 추가 개설, 부산·광양 위주 투포트 정책의 전환 등 인천항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항들은 한 두가지가 아닌 상태다.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은 제일 중요한 전제 하나만 갖춰진다면 해결이 요원한 것만도 아니다.

바로 인천항이 인천 지역사회에서 분명한 존재감과 위상을 갖는 일이다.

인천항에서는 당장 12월 들어 있었던 몇몇 에피소드를 들먹이며 1년에 1번 하는 송년 행사 때도 개항 이래 최초 연 이용객 100만 명 돌파 이벤트 때도 만나볼 수 없는 시장이나 시 관계자들의 무심한 태도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 있을 때조차 이들을 데려오지 못하고 그에 앞서 먼저 지역사회에 다가가 시민들을 든든한 우군으로 만들지 못했던 인천항 제 주체들의 소극성 역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역시 인천항이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대목에 대해 무게 있는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송영휘기자 ywsong2002@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