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에 다양한 지원 … 어느새 내 고향은 두곳"
"다문화가정에 다양한 지원 … 어느새 내 고향은 두곳"
  • 박범준
  • 승인 2012.01.02 00:00
  • 수정 1970.01.0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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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출신 유영란 씨가 본 인천
   
▲ 2010년 사회복지법인 송년의 밤에서 유영란(왼쪽) 씨와 직원들이 함께 장기자랑 후 기념사진을 찍고있다.


조선족이자 국제결혼 이주여성인 유영란(29) 씨가 한국에 온 지 어느덧 5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지난 2007년에 낳은 쌍둥이는 벌써 4살이 돼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그는 인천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일하는 남편 선모(40) 씨에게 시집오면서 한국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유 씨의 한국말 실력은 국내인 수준이다. 그를 처음 만난 사람은 조선족 출신인 줄 모를 정도다.

유 씨는 내년 '한국과 중국 수교 20주년'이 남다르게 느껴진다고 한다.

두 나라가 모두 그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해경을 숨지게 한 중국 선장이 백번 잘못한 것을 알면서도 선장의 선처를 바라는 마음이 드는 게 그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유 씨가 바라본 한국 그리고 이 땅에서 이주여성으로 살아가는 삶은 어떤 것일까. 그리고 유 씨의 솔직한 생각을 통해 우리가 반성해야 할 것들이 있지 않을까.


 

   
▲ 지난해 9월 열린 다문화빌리지 행사를 찾은 유영란 씨 가족이 일본부스에서 기모노를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은 결혼이주여성이 살기 좋은 나라

유 씨는 지금 자신의 삶에 대해 '대만족'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유 씨가 한국에 오자마자 행복한 삶이 시작된 것 아니었다.

시댁에 있으면서 바로 아기까지 낳다 보니 집안에만 있게 됐고 그러다 우울증까지 앓게 된 것이다. 누군가 자신에게 말을 걸지 않을까 걱정도 들었다. 한국말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 것이다.

그런 그에게 한국의 첫 직장은 자신감을 얻게 하고 두려움을 극복하게 해줬다.

유 씨는 지난해 초 인천 남구 다문화가족 지원센터에서 중국어 통·번역사 일을 시작했다.

유 씨는 "일을 하면서 낯선 한국 땅에서 모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며 "또 독립할 수 있는 기반도 생겨 지난해 6월 분가했다"고 자랑했다.

유 씨는 센터에서 이주여성들의 대화를 통·번역해주고 이들의 단순 부부 갈등에 대해 상담도 해주고 있다.

유 씨는 "다문화가족 지원센터는 이주여성들이 한국 사회에서 독립할 수 있도록 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며 "이곳에서 일하는 동안 한국어능력 시험 6급과 컴퓨터 활용능력 2급 등 자격증을 여러 개 땄다"고 웃음꽃을 피웠다.

유 씨는 이어 '한국은 결혼이주여성이 살기 좋은 나라'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한국은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과 복지 사업에 신경을 많이 쓴다"며 "특히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지원이 많고 다양하다"고 말했다.

유 씨는 "국가 언어를 무료로 가르쳐주고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나라는 전 세계에 한국 밖에 없을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국에선 국제결혼한 부부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며 "한국은 이주여성과 한국 남성이 서로 잘 살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으로 유 씨는 이주여성에 대한 한국의 지원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하고 있다.

유 씨는 "다문화가정 정책이 일시적이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된다"며 "유행처럼 몇 년 간 관심을 갖다 어느 순간 관심이 사라져 예산이 줄어들 것 같은 우려도 든다"고 했다.

유 씨는 "국내 거주하는 이주여성이 15만 명이라고 한다"며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다. 한국 정부가 반짝 지원에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5년동안 살아온 인천지역에 대한 소감도 밝혔다.

유 씨는 "인천의 특징은 도시가 깨끗하고 잘 정리됐다는 것"이라며 "특히 행정 서비스가 주민을 위해 잘 돼 있어 놀라웠다"고 했다.

그는 이어 "예를 들어 주민등록 주소지가 부산이어도 인천지역 주민센터 어떤 곳에서나 여권 발급 등 각종 민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칭찬했다.

유 씨는 그러면서 "결혼하기 몇 달 전 중국에서 여권을 발급 받기 위해 베이징에서 헤이룽장성까지 20시간에 걸쳐 갔다"며 "하지만 파출소에 가니 범죄경력증명서를 베이징에서 다시 떼어 오라는 것 아닌가"라고 황당함을 전했다.

중국은 지역이 넓어 하루 빨리 인천처럼 행정 서비스가 발달돼야 한다는 게 유 씨의 바람이다.


▲두 나라 모두 나의 조국

유 씨가 바라본 한국이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 씨는 "한국 남성 대부분은 여자가 집안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중국에선 부부가 가사일을 반반씩 나눠서 한다. 남자가 집안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씨는 이어 "더구나 맞벌이 부부라면 더욱 그렇다. 여자가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면 남편이 아예 가사일을 다 맡아 하는 경우도 많다"며 자신은 남편과 집안일을 나눠 한다고 했다.

그는 또 "물건 사러 갈 때 한국 사람인 줄 알고 마트 점원들이 '이거 중국산 아니에요. 국산이니 믿고 사세요'라고 말 할 때마다 기분 나쁘다"며 "중국산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중국에도 한국 제품보다 좋은 물건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유 씨는 "한국에선 소수의 중국산 때문에 모든 중국산들이 하자가 있다는 편견이 뿌리 깊게 심어져 있다"며 "차라리 점원들이 '국산이에요'란 말만 해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유 씨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솔직한 심정도 털어놨다.

유 씨에 따르면 중국에 사는 조선족 또래들은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도 결혼 전엔 그랬다고 한다.

그는 "부모 세대는 자신을 조선인이라고 여겼다"며 "하지만 중국에서 태어나 학교에서 중국의 역사를 배우는 내 또래들은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유 씨는 "한국 국적을 취득한 지 2년이 됐다"며 "이젠 중국인이면서 한국인이란 생각을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유 씨는 최근 고 이청호 경사 살해 사건에 대한 소신도 전했다.

그는 "누가 봐도 중국 선장이 잘못했다고 본다"며 "허락 없이 물고기를 잡으러 다른 나라에 와서 사람을 죽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 씨는 "분명 중국인 선장이 잘못한 건 맞지만 같은 중국인이다 보니 그가 선처를 받았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며 "다만 한국인들이 개인의 잘못을 중국 전체로 확대, 반중 감정을 갖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유 씨는 "중국과 한국이 다 잘됐으면 한다"며 "두 나라가 우호적 관계를 갖고 국민들이 서로 친하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박범준기자 parkbj2@i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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