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아침 교대점검을 하려던 중 뻐꾸기가 울었다. 부곡동 ○○○-○번지 201호 백혈병 환자…. 방송이 나오자 누군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신고자는 백혈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남편으로 아내 병원치료를 위해 구급차를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오늘은 일산에 있는 국립암센터에 진료예약을 해놓으셨다고 한다. 환자를 차에 옮기고 구급차는 일산으로 향했다. 환자는 열이 높고 맥박이 빨랐다.
그녀는 몸 방향을 바꿔달라 머리 부분을 올려달라 내려달라며 힘들게 남편에게 얘길 하고 있었다. 남편은 그런 아내를 애처로운 듯 바라보며 싫은 내색 없이 원하는 대로 해주었다. 남편의 바람이 전해진 걸까. 아내는 이내 평온해진 것 같았다.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남편은 아내 손을 놓지 않았다. 50분이 걸려 암센터에 도착했다. 의료진에게 환자를 인계하고 나왔다. 남편은 출입문 밖까지 나와 배웅을 했다.
돌아서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니 가슴이 따뜻해지며 찡 해졌다. 최근 매스컴에선 부부들의 어두운 면이 종종 방영된다.

이들 부부도 처음엔 검은머리 파뿌리가 될 때까지 서로 사랑하며 살자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이런 현실에서 이 부부의 모습은 내게 새로운 부부상으로 비쳤고 오랜만에 보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아픔까지도 함께하고 싶은.

/장미화(안산소방서 월피119안전센터 소방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