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어준 

대한민국 사람들의 고질병 중에 상 고질병, 즉 악성종양을 지적하자면 '정치 불감증'과 '정치 반상회증'을 들 수 있겠다.

전자의 증상에 걸린 사람들은 여의도에서 여·야 의원들이 치고받고 육탄전을 벌이는 것을 정치의 전부로 여기고 네들은 네들끼리 싸움질이나 해라 하며 정치에 무관심하다.

그러면서도 술자리에서는 빠짐없이 정치 이야기로 안주거리를 삼는다. 본 기자의 의문. 이들에겐 정치란 안주에 불과한 것일까? 후자의 부류는 우리 동네에 도로 하나 시원하게 뚫어주고 예술의전당 규모의 슈퍼울트라급 노인정이나 문화센터를 하나 지어주는 걸 노골적으로 바라기도 한다. 이건 동네 반장이나 통장님들이 할 일 아닐까?

본 기자, 내년에 중요한 총선과 대선이 다가오고 있으니 올바른 정치관을 가질 수 있는데 지침이 될 수 있는 책 한권을 소개한다. 바로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나는 꼼수다'를 이끌어 가고 있는 김어준이 쓴 <닥치고 정치>(도서출판 푸른숲)를 소개한다.

책 소개에 앞서 저자를 다소나마 길게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 김어준은 그 유명한 <딴지일보>의 창립자이자 종신 총수다. 종신 총수? 총통? 종신 대통령? 이거 독재자 냄새가 물씬 풍겨서 영 불편하다.

잠시 샛길로 빠지자. 우리나라가 민주공화국임을 헌법으로 선포한 후 죽을 때까지 대장을 해먹겠다고 자처한 인물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사람은 바로 '사사오입'이라는 고사 성어를 탄생시킨 이승만 옹과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라는 노래로 전 국민의 단잠을 깨운 '유신대왕' 제너럴 박(이분이 누구냐고 묻지는 마시라. 대답하기 짜증난다.)이 있다.

감히 어찌 김어준을 사사오입 옹과 유신대왕에게 비교할 수 있겠는가. 그가 종신 총수를 자처한 건 앞선 분들과 이분들의 추종 세력에 대한 빈정거림일 것이다.

어쨌든 그는 <건투를 빈다>라는 인생 매뉴얼 책을 펴냈고 시사평론가로 이름을 날리더니 급기야는 장안에 화제가 된 팟캐스트 라디오 방송 '나는 꼼수다'를 통해 유쾌한 독설로 화제의 인물이 된다.

저자 소개가 길었다. 다시 책 소개로 가자. <닥치고 정치>는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가 묻고 김어준이 답하는 식으로 꾸며져 있다. 인

터뷰어는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까 여기선 과감히 생략한다. 인터뷰 내용은 백퍼센트 정치 얘기다. 그는 우선 보수와 진보에 대한 구분법을 알려준다. 우리나라 유권자 중 상당수가 보수와 진보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와 진보에 대한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스탠스가 보수인지 진보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또는 보수와 진보 중 어느 편을 지지해야 하는 지도 깨닫게 된다.

이 책에서 가장 재밌는 부분은 지난 대선 때 불거졌던 BBK 사건을 다루고 있는 대목이다. 며칠 전 정봉주 전 의원이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와 BBK가 관련됐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실형 확정판결을 받고 구치소로 끌려가 BBK가 다시 대중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저자는 도대체 BBK 사건의 실체가 뭔지를 추리소설(?)같은 기법으로 때로는 직설적으로 때로는 비꼬면서 유쾌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밖에도 김어준은 대중이 못 알아들을 방언 같은 소리로 대중과 멀어지고 있는 진보진영에 따끔한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그의 일침은 사실 진보진영을 비꼬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는 진보의 오류를 지적하고 이를 고쳐 다가오는 대선에서 진보진영이 집권을 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려는 것이다. 고물가, 살인적인 등록금과 실업률, 과도한 경쟁체제, 부실한 복지체계, 부자감세, 보여주기식 토목사업, 남북문제 등이 우리 국민을 지치게 만들고 스트레스 받게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젠 그 스트레스의 근원을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바로 우리 모두가 '닥치고 정치'에 관심을 가진다면 정치가 아름다운 세상이 온다는 것이다.

본 기자도 저자의 주장에 백퍼센트 동의하는 바이다. 책 꼭 사서 읽고 친구와 연인에게도 연말연시 선물로 사주시라. <닥치고 정치>를 읽지 않고는 시대를 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