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영주 사회부 기자


 

   
 

우리동네 사업을 내가 제안한다. 바로 주민참여예산제도다. 주민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내며 예산편성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연수구는 전국 최초로 동 주민총회와 예산학교, 민·관 협의회 등을 운영하며 모범사례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구 집행부와 구 의원들이 제도 활성화를 추구하기 보단 제도를 '경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 실행 부서 담당자들은 미흡한 주민 의견서를 수정·개선하려기 보단 부적합 판정을 내리기 여념이 없다.
한 지역위원 A씨는 "차량용 신호등도 보행자 신호등처럼 신호가 바뀌는 순간을 알 수 있도록 숫자나 깜빡이를 표시해 사고를 예방해 보자는 의견이 있었다"며 "구 담당자는 다른 기관과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 추진이 어렵다고 하더니 얘기가 길어지자 귀찮다는 반응을 보였을 뿐 듯 문제해결을 위한 고민은 없었다"고 말했다.

구 의회도 부정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B의원은 주민참여예산제와 연수의제21의 사업 제안이 중복된다며 주민참여예산제를 연수의제21의 분과로 편입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C의원도 주민들의 참여가 부족하며 지역위원들이 특정 정당소속이 많아 다양한 연령·계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속사정은 제도가 구 의원들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주민들이 원하는 사업에 대해 의회가 예산을 삭감하거나 반대하는 게 부담이 될 거란 말이다.

결국 연수구의회는 지난 15일 본회의에서 내년도 주민참여예산 운영비를 올해의 반으로 줄였다. 다른 구에 비해 예산이 많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단순비교로 따지기에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연수구는 다른 구와 달리 예산학교나 동 주민총회 등의 의견수렴 과정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연수지부는 지난 18일 "구의회가 운영예산을 다른 지자체와 비슷하게 맞추라는 것은 주민 참여의 장을 없애는 것"이라며 성명을 발표했다.

이제 제도시행 1년이 지났다. 아직은 참여하는 주민보다 참여하지 않는 주민이 많은 게 현실이다. 제도가 잘 정착되기 위해선 집행부와 의회가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걷고 뛸 수 있는 '길'을 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