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수첩 ▧


 

   
 

'사후약방문(사람이 죽은 뒤에 약을 짓는다)'
지난 14일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열린 고 이청호 경사의 영결식 내내 떠오른 말이다.
우리 영해를 침범해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어선들의 만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낫, 손도끼, 죽창 등 듣기만 해도 섬뜩한 무기를 조업 시 마다 챙기던 그들이었다.

정부는 해경의 무기와 복장을 최신화해 대응한다고 했지만 너울거리는 거친 파도 위에선 결국 몸과 몸의 원초적 대결이었을 뿐이다.

이번 사건을 접한 기자의 지인 대부분은 해경의 열악한 단속 환경에 뜨악했다.

"해경이 그렇게 힘들게 일하는 줄 몰랐어", "창을 들고 찌르는 데 총 한번 안 쏴?"라는 반응이다.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어선들이 조직화, 지능화하고 있는데 해경의 대응은 제자리다.

새로 보급된 장비나 매뉴얼에는 빈틈이 발견되고 서·남해 해역에는 고작 대형함정 6척이 수천여 척의 불법 어선을 감시·단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교적 분쟁이 겁이 나 공권력이라는 해경이 총기 한 번 쓰지 못하는 현실은 우습기만 하다.

해경청은 사건 이후 강경 대응을 밝히면서 총기 사용을 적극 권장하겠다고 했다. 3년 전 목포해경 소속 고 박경조 경위가 중국 선원이 휘두른 둔기에 맞아 추락사 했을 때도 해경청은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었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공수표 속에 중국어선들의 횡포는 더 늘었고 참사는 반복됐다.

현실적인 그리고 꾸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후약방문이 안타깝지만 재발 방지를 위해선 이제라도 정말 약이 돼야 한다.

이번 사건은 우리 영해 내에서 공권력이 살해되는 분노 뿐만이 아니라 한 평범한 가정의 행복을 앗아갔다.

아빠를 잃은 세 아이의 처연한 모습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숙제다.
영결식장, 대통령 조의금 봉투를 받고 오열하던 이 경사의 부인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강신일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