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책과 사람'에선 미국 '아이비리그(IVY LEAGUE)'의 실상을 파헤친 책을 소개한다. 바로 대한민국 대표 논객 중에 한명인 강준만 교수의 <아이비리그의 빛과 그늘>(인물과 사상사)이란 책이다.

'아이비리그'라니? 뭐 아시는 분들이야 기자보다 더 속속들이 알고 있겠지만 '아이비리그'란 박찬호가 뛰었던 메이저리그나 박지성이 활약하고 있는 프리미어리그 같은 스포츠 경기 리그가 아니다. '아이비리그'란 미국 동부지역에 몰려 있는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펜실베이니아, 다트머스, 컬럼비아, 브라운, 코넬 대학교 8개 사립 명문대를 지칭한다.

저자 강준만 교수는 <아이비리그의 빛과 그늘>이란 책을 통해서 미국의 대학 시스템과 선발 방식, 다시 말해 미국식 교육 제도와 그 역사를 숯불갈비 뜯어 먹듯이 뜯어본다.

참, 강준만 교수 귀에 익은 이름이다. 본 기자 '책과 사람'을 통해서 강준만 교수의 책을 두 번 소개한 적이 있다. 독자들, 기억을 더듬어 보시라.

저자는 아이비리그 대학이 출범한 1636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 대학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추적해 그 숨겨진 비밀을 독자에게 낱낱이 알려준다.

즉, 아이비리그 대학 여덟 곳을 중심으로 설립 동기, 설립자의 특징, 재정 충당과 홍보 수단, 학생 선발 방식 등을 관찰하고 각 대학이 제1·2차 세계대전, 냉전, 여권운동, 6·8혁명, 다문화주의 등 시대적 조류와 어떻게 상호 작용했는지 추적한다.

강준만 교수는 이미 <입시 전쟁 잔혹사>, <서울대의 나라>를 통해 우리나라 학벌주의 사회를 까발린 적이 있다.

이번에는 눈을 돌려 미국 학벌주의, 엘리트주의에 대해 비판의 검을 휘두른다. 그리고 그 서슬 퍼런 검광은 1990년대 초부터 한국에 불어 닥친 유학 열풍과 영어 교육열풍을 향하고 있다.

다시 한 번 쉽게 말하자면 미국 대학교육을 비판하는 것이 아닌 미국 대학을 빗대어 한국의 교육을 비판하는 것이다.

"부자들에게는 쇼핑몰, 저소득층에게는 구명보트"라 불리는 미국 명문 대학은 이름값 덕에 더 큰 이름값을 벌어들이고 점점 더 상업화, 기업화되고 있다고 한다. 어찌, 우리나라 사정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학부모들은 위장 전입, 사교육, 명문 중고교 입학 전쟁에 골머리를 앓고, 대학생 역시 등록금 때문에 감당하기 힘든 빚을 진다. 어라, 이거 한국 얘긴가 미국 얘긴가? 물론 양쪽 얘기다.

저자는 미국의 아이비리그를 통해서 부유층과 명문대 입학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밝힌다. 요점만 얘기하자면 소위 명문대라는 것은 부유층들의 전유물이고, 이 명문대 코스를 착실히 밟은 부유층들이 미국 사회의 주류를 형성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소득에 따른 학력 차이가 나는 걸까? 그건 즉 돈이 곧 교육의 질을 규정하는 것이다.

<뉴욕 선>(2006년 8월30일자)을 보면 뉴욕 맨해튼 중심으로 시간당 500달러짜리 과외 선생을 두는 것이 새로운 유행이 되고 있다고 한다. 즉 명문대에 가기 위해선 중고교시절 1년에 수업료가 3만 달러가 넘는 명문 사립학교에 가야하고 고액 과외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역시 한국과 비슷하다. 역시 울나라는 형님 나라를 똑같이 따라한다. 아니면 형님 나라가 아우 나라를 따라하는 것인가? 이거 참, 아리송하다.

교육과 관련해서 미국과 한국의 비슷한 점이 또 있다고 한다.

한국에 '기러기'가 있다면, 미국엔 '헬리콥터'가 있다고 한다. 즉 미국에서는 자녀 교육에 올인 하는 극성 부모를 '헬리콥터 부모'라고 한다. 헬리콥터처럼 아이들 곁을 맴돈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미국 최고의 헬리콥터 부모는 우리나라에도 열혈 팬클럽을 거느리고 있는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어머니가 꼽힌다고 한다.

그녀는 맥아더를 육사에 입학시키기 위해 주지사, 상원 의원, 하원 의원 등 열세 명에게 추천장을 받아냈고 아들이 육사에 입학하자 아들을 감시하고 격려하려고 근처 호텔에서 4년간 묵었다고 한다. 아,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에는 맥아더의 모친인 메리 맥아더 여사의 숨은 노력과 뒷받침이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꼭 한번 일독하시기를.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