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22일 자민련 이한동 총재를 부동산 명의신탁 파문으로 물러난 박태준 전 총리의 후임으로 지명함에 따라 DJP 공조복원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총리 지명자는 지난 4·13 총선 당시 김종필(JP) 명예총재 대신 민주당과의 공조파기를 공식 선언했던 장본인이다.

 그러던 그가 총리 지명과정에서 끊어진 선을 다시 잇겠다며 「연결고리」역을 자임하고 나선 셈이다. 공조복원과 관련한 질문만 나와도 『그런 걸 왜 묻느냐』며 역정을 내던 그가 총리인선과 관련해 종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총리임명 과정에서 이미 이 총리 지명자는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김 대통령의 의중을 전해듣고 JP를 만나 그 내용을 전했으며, 이후 JP의 의중을 청와대측에 전달했다.

 사실 김 대통령이 강창희 사무총장 등 자민련 일각의 반발에도 불구,이한동 총재를 총리로 지명한 것은 DJP 공조와 관련한 그의 효용가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이로 미루어 이 총리 지명자는 취임을 계기로 DJP 공조회복에 주력할 것이 분명하다.

 이 총리 지명자 본인도 DJP공조복원과 관련해 의미있는 발언을 했다.

 우선 그는 지난 20일 밤 염곡동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총리지명에 대해 『민주·자민련간 합의문에는 자민련이 (총리를) 맡는 것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 정부 출범후 김종필-박태준 총리를 잇는 자민련출신 3기 총리직을 맡는것 자체가 양당간 공조복원의 상징성을 띠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또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DJP 회동」이 이뤄질 가능성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는 『두 분이 정상회담 전에 만나지 않겠느냐』면서 『JP는 당보다 국가를 더 걱정하며 안보에는 초당적 입장』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 총리 지명자가 취임직후 자신의 존재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양당간 공조복원을 상징하는 「DJP 회동」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JP가 그의 이러한 바람에 순순히 응해줄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강 총장을 비롯한 당내 일부 세력이 양당 공조복원에 반발하고 있는데다 자민련의 생존을위한 정치적 환경이 아직 충분히 조성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한동 총리행에 비교적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김종호 부총재등이 『총리 추천과 공조 복원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하는 것도 이러한 내부기류와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볼 때 이한동 총리 지명이 곧바로 양당 공조회복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기는 어려우며 일단 자민련의 사활이 걸려있는 「원내교섭단체 구성」 문제가 매듭지어진 후 점진적으로 진전을 이뤄 나가는 모양새가 예상된다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