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명관

소설가 천명관의 장편소설 <고래>에 대해 얘기하겠다.

혹시 독자들 중에 고래를 직접 본 분들이 계신지 궁금하다. 본 기자는 고래를 본 적이 없다. 영화나 텔레비전, 사진 속에서만 고래를 보았을 뿐이다.

그런데 본 기자, 고래를 본 적도 없으면서 고래 고기는 먹어보았다.

사실 고래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로 함부로 포획해서는 안 되는데 이웃 나라 일본에선 해양생태 연구를 빌미로 국제적인 반발에도 불구하고 고래잡이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일본 사람들이 고래 고기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이다.

본 기자는 몇 년 전에 울산에 행사차 방문했다가 울산 장생포 앞바다 해안에 전시되어 있는 거대한 귀신고래의 뼈를 본 적은 있다. 장생포 부둣가에는 고래 고기를 파는 식당들이 즐비했었는데 참 기분이 묘했다.

그런데 천명관의 <고래>에는 고래가 등장하지는 않는다. 아마 이 사람도 고래를 직접 보지 못했으리라. 소설 제목 '고래'는 인간의 거대한 욕망을 상징하는 은유물인 것 같은데, 소설 속에 고래 모형의 대극장이 등장하긴 한다.

이 소설은 2004년에 출간되었다. 제10회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이기도 한데, 기존 한국소설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내용과 유쾌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로 가득 찬 소설이다. 천명관은 고래 뱃속에 가득 들어있는 바닷속 생물들을 꺼내놓는 것처럼 이야기의 향연을 펼쳐낸다.

우선 이 소설을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거녀 설화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라 할 수 있겠다. 판타지긴 한데 전혀 판타지 같지 않은 서사가 일품이다.

줄거리를 대충 요약하면 이렇다. 소설은 춘희라는 엄청 거대한 몸집의 여인이 감방에서 출옥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춘희는 금복이라는 여인의 딸이다. 춘희는 금복이 운영하던 고래 모형의 대극장 화제의 방화범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한다.

여기서부터 소설의 플롯은 먼 과거로 돌아간다. 산간벽지 출신의 소녀 금복이는 생선장수를 따라 부둣가 마을로 나오고 거기서부터 이 소녀의 기구한 인생역정이 시작된다.

사고무친의 소녀 금복은 생존을 위해서 남자들에게 기댈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음흉한 사내들이 등장하며 금복을 취한다.

금복은 한마디로 우리나라 여인수난사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주인공 금복은 이 수난을 극복하고 자신의 욕망을 키워나가며 성공을 이뤄낸다는 이야기가 기본 줄거리라 할 수 있다.

금복과 금복의 주변인물들이 펼쳐내는 이야기들은 때로는 질펀하고, 괴기스럽고, 코믹하다. 한마디로 독특하다는 얘기다. 이 소설은 한번 손에 쥐면 밤을 꼬박 새워서 읽게 되는데 이 같은 가독성은 바로 질펀, 괴기, 코믹 때문이 아닐까싶다.

사실 이 소설은 여인 3대의 이야기다. 국밥집 노파부터 금복, 춘희로 이어지는 여인들의 삶의 희로애락과 욕망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에서 작가 천명관의 입담과 언변은 막힘이 없다. 그는 3명의 주인공 여자들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천명관은 화려한 입담과 언변을 미끼로 망망한 욕망의 바다를 헤엄치는 독자들에게 낚시를 던진다. 그리고 이 책을 접한 독자들은 책장을 덮는 순간 욕망의 덩어리, 거대한 고래를 낚게 된다. 앗, 월척이다! 아니 이렇게 표현하는 게 맞는 말인가? 고래를 월척이라 부를 수 있단 말인가? 어쨌든 무진장 재밌는 소설이다. 배꼽 잡고 방바닥에서 뒹굴만한 소설이라는 얘기다.

천명관은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다. 영화 <총잡이>와 <북경반점> 등의 시나리오를 집필했으며, 2003년 문학동네신인상 소설 부문에서 단편소설 <프랭크와 나>가 당선돼 문단에 나왔다.

2004년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에서는 장편소설 <고래>가 당선되었다. 장편 <고령화 가족>이 있다. <고령화 가족>은 저소득 밑바닥 소외계층 가족의 우스꽝스럽고 슬픈 가족사와 삶을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이 소설 역시 무진장 재밌으니 돈 아끼지 말고 구입해서 보도록 하시라.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