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럴까.』

 기요과장은 못 이긴 척하며 나들문(출입문)을 열고 감찰과(수사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몇몇 안면 있는 안전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며 아는 체를 했다. 기요과장은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백창도 과장 곁으로 다가갔다.

 『날래 오라우. 웬 일이야?』

 백창도 과장이 반가운 빛을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결재 받으러 올라가다 잠시 들렀시요. 과장 동지는 요사이 어드렇습네까?』

 『장마당검열사업 때문에 바빴지. 앉으라우.』

 백창도 과장이 곁에 있던 의자를 끌어와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기요과장은 다가온 사로청위원장과 함께 감찰과장(수사과장) 곁으로 다가앉았다.

 『안전부장 동지 맏아들이 조국을 배신하고 남조선으로 달아났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알고 있습네까?』

 기요과장은 감찰과장의 귀를 빌리며 인구 소식을 끄집어냈다. 앞으로의 선전선동사업을 의식하면서 계획적으로 끄집어 낸 국가정보누출행위였다. 하지만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충격적인 소식에 불과할 뿐이었다. 감찰과장과 사로청위원장은 갑자기 눈이 똥그래지며 고개를 내저었다.

 『무슨 소리야. 우리는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는데…?』

 『내레 시방 도 안전국 대열과장한테 전화로 확인하고 오는 길인데 안전부장 동지는 그 일로 인해 직위해제까지 됐시요. 자식 하나 잘못 두어 패가망신하는 꼴인데 이 일을 어카면 좋갔시요?』

 기요과장은 직위해제 된 곽병룡 상좌의 앞날이 걱정된다며 결재철 안에 든 전보통신문을 슬쩍 보여 주었다. 안전부장 동지의 인사문제가 걸려 있는 사안이라 함부로 발설하기를 꺼리며 굳게 입을 다물고 있던 백창도 과장도 기요과장이 보여주는 전보통신문을 확인하고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앞으로 고단하게 생겼구먼.』

 백창도 과장은 큰 충격을 받은 듯 연신 쓴 입맛을 다셨다. 자신이 몸과 마음을 바쳐 모셔오던 곽병룡 상좌가 직위 해제되어 신풍서군 목재가구공장 안전주재원으로 추방되고 김문달 중좌가 그 직무를 대행하게 되면 결국 낙원군 사회안전부도 권력이양기에 접어들게 되어 한동안 시끄러울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김문달 중좌를 떠받치고 있는 세력들이 득세하면서 자기처럼 곽병룡 상좌를 받들어오던 세력들은 한동안 왕찔락이(평안도 출신들에 비해 지역적으로 푸대접받는 함경북도 사람들을 가리키는 은어) 신세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자기 같이 몸이 열 개가 있어도 모자랄 것 같이 바쁜 사람을 한직으로 내쫓기야 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소식을 전해준 기요과장한테 담배를 한 대 권했다. 기요과장은 담배를 받아 불을 붙이며 사로청위원장의 눈치를 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