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의 왕
   
 


개봉작 <돼지의 왕>(감독 연상호)은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최초로 '잔혹 스릴러'라는 장르에 도전하는 애니메이션 영화다.

지난 10월 열린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 비전' 부문에 초청돼 첫 선을 보여 기존 애니메이션의 틀을 깨는 과감한 장르적인 시도라는 평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세상이 버렸던 15년 전 그날, 그 끔찍한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다. 회사 부도 후 충동적으로 아내를 살인한 '경민(목소리 오정세)'은 자신의 분노를 감추고 중학교 동창이었던 '종석(목소리 양익준)'을 찾아 나선다.

소설가가 되지 못해 자서전 대필작가로 근근히 먹고 사는 종석은 15년 만에 찾아온 경민의 방문에 당황한다.

경민은 무시당하고 짓밟혀 지우고 싶었던 중학교 시절과 자신들의 우상이었던 '철이(목소리 김혜나)' 이야기를 종석에게 꺼낸다.

그리고 경민은 학창시절의 교정으로 종석을 이끌어, 15년 전 그날의 충격적인 진실을 밝히려 하는데….

잔혹 스릴러 <돼지의 왕>은 1998년부터 1인 작업 시스템으로 독창적인 애니메이션을 제작, 독립영화계의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는 연상호 감독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데뷔작이다.

(1998)부터 시작해 (2000), <지옥>(2003), 그리고 단편 두 작품을 함께 묶어 만든 <지옥 - 두 개의 삶>(2006)과 옴니버스 장편 애니메이션이었던 <셀마의 단백질 커피> 중 <사랑은 단백질>(2008)로 이미 국내외 영화제를 통해 두각을 나타낸 연상호 감독은 일반적으로 애니메이션 장르에 기대하는 예쁜 그림체와 밝고 유쾌한 스토리, 해피엔딩 등을 철저히 뒤집는 사실적인 그림체와 비주얼,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독특한 소재와 스토리로 개성 있는 작품 세계를 선보여왔다.

그 연장선상에 있는 연상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 <돼지의 왕>은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로 시도되는 '잔혹 스릴러'라는 장르를 표방하여 화제를 몰고 있다.

특히 지난 3일 개봉한 후 개봉 첫주 관객수가 4천54명을 돌파하면서 올해 독립영화 중 최고의 흥행작인 <파수꾼>의 첫주 총 관객수 3천983명을 뛰어넘으며 올해 독립영화 중 최고 흥행작으로 떠오를 수 있을 지 기대를 모으고 있기도 하다.

<돼지의 왕>은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이래 영화 <파수꾼>과 유사한 케이스로 분석되곤 했다.

<파수꾼>이 1년 전인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커런츠 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돼지의 왕> 역시 영화진흥기구상(NETPAC), 한국영화감독조합상, CGV 무비꼴라쥬상까지 3관왕을 차지하며 올해 부산영화제의 가장 핫한 영화로 떠올랐던 것.

독립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생생한 목소리 연기, 잔혹하고 강렬한 영상과 스릴러로서의 장점을 갖춘 <돼지의 왕>이 흥행 성적을 몰고 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