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학자의'귀곡자'재해석권모술수·배반의 기술 담아


 

   
 

<귀곡자 교양 강의>(심의용·돌베게)는 젊은 고전학자의 눈으로 중국 수사학의 고전 <귀곡자>를 읽은 책이다.

종횡가(縱橫家)는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 가운데 하나다. 종횡가는 열국(列國)을 돌아다니며 독특한 변설로 책략을 도모한 이들로 열국의 연합체를 조직해 그 힘의 균형을 이용해 권력을 쟁취하고자 했던 사상가다.

진 제국의 중국 통일 직전에 합종연횡의 전략으로 중국 대륙을 쥐락펴락했던 대표적 인물이 소진과 장의이다. 이 두 사람을 가르친 스승이 바로 귀곡자(鬼谷子)이고 그가 저술한 것으로 알려진 책이 바로 <귀곡자>다.

<귀곡자>는 상대의 정보를 염탐해 그의 심리와 약점을 이용하고, 상대를 뺨치고 어르고 달래고 위협하고 띄워줘 신뢰와 총애를 얻는 유세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러나 유학자들은 이런 <귀곡자>를 소인배의 책, 권모술수의 궤변을 늘어놓은 책으로 여겼다.

그러나 <귀곡자>가 신하가 군주에게 유세하는 기술에 관한 책이라고 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고대 중국에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군주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신하를 그 자리에서 죽여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충심을 가지고 유세한다 해도 말 한마디로 파리 목숨이 될 판이었다.

<한비자>의 '세난(說難)' 편은 이런 시대에 '유세하기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따라서 신하가 어떻게 자신을 방어하면서 군주에게 자신의 뜻을 전하고 설득시킬 것인가가 매우 중요했다.

<한비자>가 호시탐탐 권력을 노리는 신하를 견제하려는 군주의 통치술을 담고 있다면, <귀곡자>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군주에 대항하는 신하의 유세술과 권모술수를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필자는 <귀곡자>를 해석하면서 음모와 권모술수를 다시 조명한다. 음모는 아무도 모르게 추진해야 한다. 아무리 옳은 얘기일지라도 자신의 덕을 내세우며 상대를 깨우치고 가르치려 들면 상대는 자신의 그릇됨을 인정하기보다 저항하기 마련이다.

진리에 대한 확신이 지나치게 강하면 앞도 뒤도 옆도 돌아보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을 내뱉게 되는 법인데, 군주를 설득할 때는 군주 자신이 설득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군주가 마음대로 휘두르는 권력에 개입하면서도 개입석지 않는 '척'하는 것이다.

필자가 이 책에서 짚고 있는 귀곡자의 또 하나의 면모는 아랫사람이 윗사람과 관계를 끊는 기술이다. 배반하고 이별하되 잘해야 한다. 그래서 귀곡자는 배반의 기술을 말한다. 부득이한 상황이라면 혁명을 하라고 권하는 것이다. 256쪽, 1만2천원.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