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식 교육'디베이트'
   
▲ 지난 5월 29일 제1회 전국 초·중·고 학생 디베이트 대회가 서울교대에서 열렸다.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우고 리더십까지 준비할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 답은 디베이트(Debate·토론)다.

디베이트는 미국에서 특히 캘리포니아주에서 가장 중요한 교육 프로그램의 하나로 자리 잡았고 이제 한국에서도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학교에 관련 서클이 생기기 시작했고 현재 대구시교육청, 부산시교육청, 전주교육청, 광명시청, 조선일보 문화센터, 한겨레신문 문화센터 디베이트 양성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경시대회도 눈에 띈다.

지난 5월 29일 한국기자협회와 투게더 디베이트 클럽이 공동 주최하고 EBS와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후원한 제1회 전국 초·중·고 학생 디베이트 대회가 서울교대에서 열렸다.

서울교대 녹색성장IT교육연구소와 투게더 디베이트 클럽이 공동 주관한 이 경시대회에는 초·중·고교에서 각각 32개 팀이 참여해 모두 96개팀 192명의 학생이 '재난과 환경, 인간'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디베이트?

한국말 표현으로는 찬반 토론, 대립 토론, 권한위임식 토론, 학구식 토론 등으로 번역할 수 있지만 이런 표현을 듣고 디베이트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디베이트를 한국에 소개한 투게더 디베이트 클럽 케빈 리(이경훈) 대표는 "디베이트는 디베이트"라고 정의한다.

디베이트는 같은 토론이면서도 형식적인 제약이 크다.

디베이트는 찬반이 확실한 주제를 선택해서 토론한다. 그러다보니 참가 팀은 찬성팀과 반대팀 두 팀이 된다.

"낙태를 허용하는 것이 옳은가 아닌가", "중국의 1가족 1자녀 정책이 인권의 입장에서 볼 때 옳은가 틀린가"라는 식으로 찬성과 반대가 명료한 주제를 택한다.

두번째로 디베이트는 발언시간, 발언 순서가 미리 정해져 있다. 찬·반 모두 같은 시간을 사용하며 이쪽에서 주제발표를 하면 다음에는 다른쪽의 주제발표다. 이쪽의 반박 순서가 끝나면 다른 쪽에도 반박 순서가 있다.
 

   
▲ 지난 5월 29일 디베이트 대회에 참가한 학생이 스톱워치를 들고 발표시간을 재고 있다.


이렇게 발언순서, 발언시간을 미리 정하고 또 찬성과 반대로 확연히 나눠 토론하는 이유는 뭘까?

이는 서로의 토론 기량차를 쉽게 비교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질서있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훈련은 특히 이야기를 독점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상대방의 말을 주의깊게 듣지 않는 풍토에서 더욱 유용하다.

디베이트 교육을 제대로 받은 학생들은 자기가 말한 만큼 상대방에게도 말할 기회를 준다. 상대방이 말할 때는 그 핵심을 파악하려고 애를 쓴다. 그래야 다음 순서에서 반박을 할 수 있으니까. 흥분해서 떠들어봐야 디베이트에서는 점수만 깎인다. 차분하고 조리있게 정해진 시간에 맞춰 말하는 훈련이 된다.

대화할 때 상대방을 존중하는 교육, 내 생각을 조리있게 말하는 교육에 디베이트는 가장 효과적이다.

케빈 리는 "디베이트가 대한민국 교육을 살릴 것"이라며 "디베이트 프로그램은 공부에 관한 한 종합예술이다. 음악으로 치자면 오케스트라와 마찬가지다. 공부에 필요한 요소가 다 들어있다. 그러니 같은 시간에 훨씬 다양한 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디베이트 주제가 정해지면 참가학생들은 자료를 찾아야 한다. 이런 과정을 주기적으로 하다보면 주제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내는 능력이 향상된다.

리서치된 자료는 읽어야 한다.

비판적 읽기를 통해 그 자료가 제시하는 근거와 사례를 자기 머리 속에서 재구성 해야 한다. 또 디베이트는 매주 혹은 격주, 한달별로 주제가 달라진다. 참가자들은 매번 새로운 주제의 글을 읽어야 한다. 다양한 글읽기가 저절로 되는 것이다.

만약 디베이트 주제를 일주일에 하나씩 바꾼다면 일년이면 약 50개의 주제를 다루게 된다.

4년이면 200개 주제가 돼 이를 모두 찬성과 반대의 입장에서 한번쯤 리뷰해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니 똑똑해질 수밖에 없다.

디베이트를 하게 되면 스피치 능력도 향상된다. 자기 생각을 정리해서 발언해야 하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말하기는 기본이고 소리, 톤, 제스춰, 눈맞춤도 더불어 훈련하게 된다. 이런 스피치 훈련을 어려서부터 하면 대중 앞에서 말하는 것이 무섭지 않게 된다.

디베이트를 하게 되면 듣는 훈련도 늘게 된다. 디베이트 규칙상 상대방이 말을 할 때는 듣고 있어야 하고 핵심을 파악해 자신의 차례가 왔을 때 논리허점을 지적하고 자기 논리를 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디베이트를 하게 되면 에세이 연습이 된다. 디베이트 프로그팸에 마지막 순서로 에세이를 쓰게 하고 디베이트를 하는 것 자체가 에세이 논리 연습을 하는 것과 같다.

디베이트를 하면 리서치 훈련, 읽기 훈련, 스피치 훈련, 듣는 훈련, 에세이 훈련이 가능해 종합예술에 해당된다.

언어교육에서 말하는 '읽고, 쓰고, 말하고, 듣는' 공부가 하나의 프로그램에 포함돼 있고 덤으로 찾기(리서치)까지 배우는 것이다.

이를 따로 학원에서 배운다면 시간과 비용 모두 5배가 드는 매우 비효율적인 방식이 된다. 리서치 능력을 위해서는 자기주도학습 캠프에 가야할 것이고 읽기는 독해 학원, 스피치는 스피치 학원, 에세이는 논술학원에 가야할 것이다. 그나마 듣기는 가르치는 곳도 없다.

효과는 더 있다.

우선 인터뷰. 우리는 살아 가면서 여러 곳에서 인터뷰 즉 면접을 하게 된다.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 직장에 들어갈 때 등이다. 요즘 인터뷰 자체를 디베이트 방식으로 하는 곳이 학교나 기업에서 늘어나고 있다.

디베이트는 인터뷰 연습에 제일 좋은 방법이다. 나아가 디베이트를 하게 되면 듣는 연습을 하게 되고 순발력을 키우는 훈련도 된다.

다음은 리더쉽.

디베이트는 리더쉽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소양을 가르쳐준다. 바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리더는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해야한다. 심지어 대중이 말하지 않더라도 그 심중을 꽤뚫고 있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가장 잘 배울 수있는 것이 디베이트다. 상대방의 말이나 글을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고 '비판적(Critical)'으로 받아 들이며 또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는 조리있고 효과적으로 말하는 훈련을 한다. 글로 쓸 때도 역시 조리있고 설득력 있게 쓰는 훈련을 하게 된다.

인성교육도 된다.

암기, 공부 일변도의 교육이 공교육의 위기를 낳았다면 디베이트를 통해 상당 부분 해소가 가능하다.

디베이트에서 윤리문제는 중요한 토론주제 중 하나다. 학생들은 주제와 관련한 자료를 읽고 토론하면서 사안에 대해 깊숙히 이해하고 자신만의 윤리관을 세워 나가게 된다.

자원봉사도 가능하다. 디베이트를 주기적으로 하면 디베이트를 좋아하게 되고 이를 다른 학생들에게 전파하는 기회가 주어진다.

마지막으로 시민의식 교육. 성장기에 디베이트를 하고 자란 학생들은 무엇하나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책을 읽을 때도 강연을 들을 때도 이를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생각한다.

디베이트를 하는 과정에서 배운 협력과 페어플레이의 정신도 큰 역할을 한다. 디베이트는 대부분 다른 학생과 한 팀이 돼 활동한다.

케빈 리는 "디베이트를 하면 리서치,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의 5가지 효과에 인터뷰, 리더쉽, 자원봉사, 인성교육, 시민의식 교육이 자연스레 더해진다"며 "한가지 교육 프로그램으로 10가지 효과가 있는데 누가 이를 거부하겠는가?"라고 밝혔다.

/김칭우기자 chingw@itimes.co.kr·자료=투게더 디베이트 클럽 (www.TogetherDebateClub.com·02-886-7114)




■ 국내 깊숙이 자리잡은 '디베이트'

디베이트? 한국에 없는 새로운 프로그램인가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미 디베이트는 한국에 깊숙이 도입돼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얼마전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지역 현안으로 '디베이트 중심도시 대구 육성방안'을 브리핑했다.

대구는 내년도 가장 중요한 교육과제의 하나로 디베이트를 선정했다. 이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이미 선생님 디베이트 코치, 학부모 디베이트 코치, 디베이트 선도 학생들을 양성하고 있다. 선생님 차원의 디베이트 연구회, 학부모 차원의 디베이트 연구회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창의지성교육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디베이트 도입을 고려중이며 교육에 남다른 관심이 있다는 경기도 광명시청은 내년도에 디베이트 교육을 더욱 강화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전주시교육청 역시 교사 디베이트 코치, 학부모 디베이트 코치 양성 과정을 시작했다.

투게더 디베이트 클럽을 통해 현재까지 400여명의 디베이트 코치가 양성됐다. 디베이트 캠프, 디베이트 대회의 전형도 선보였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응은 열광적이다.

/김칭우기자 chingw@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