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 칼럼 ▧


 

   
 

SK 와이번스가 바쁘다.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포스트시즌(14경기)을 치르며 지칠만도 하지만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정규 시즌부터 안고 있던 산재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31일 한국시리즈가 끝나기 무섭게 SK구단은 이만수 감독 대행의 정식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예정된 수순이었지만 하루빨리 감독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구단의 의지가 담겨 있다.

감독 선임에 따라 코치진의 개편도 단행됐다. 김용희 2군 감독의 영입 이후로 지난 1일 발표된 명단은 이광근(50) 전 넥센 수석코치, 김태형(44) 전 두산 배터리 코치다. 이들은 곧바로 활동을 시작, 이미 한국시리즈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선수 20명과 함께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로 떠나 오는 30일까지 마무리 훈련을 시작했다.

구단의 발빠른 움직임은 내년 시즌에 임하는 SK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우선 김성근 전 감독 경질 이후 흩트러진 분위기를 쇄신하는데 목적이 있다. 또 한 박자 빠른 전지 훈련을 통해 내년 시즌 팀 전력을 끌어올리려는 모습이다.

하지만 SK가 간과하고 있는 점이 한 가지 있다. 바로 팬이다. 김 전 감독 경질 이후 팬들의 질타와 외면에 유독 맘 고생이 심했던 SK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시즌을 끝낸 현 상황에 돌아선 팬심을 달랠 묘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한국야구위원회에 따르면 SK는 올해 정규 시즌(10월 6일 기준) 홈에서 열린 67경기를 통해 무려 73억1천여만원의 입장 수입을 거뒀다.

지난해 거둔 60억2천여만원을 무려 21%나 높아진 역대 최고 수준으로, 8개 구단 중 두산(116억), LG(115억), 롯데(99억원)에 이어 4번째다.

정규 시즌 관객수는 100만명에서 1천여명이 모자란 99만8천615명으로 경기당 평균 1만4천905명이 문학구장을 찾았다. 그러나 관객 수의 경우 전년 98만3천886명과 비교해 불과 1%의 성장에 그쳤다. 올해 프로야구 열기를 타고 SK를 제외한 7개 구단 모두 10%이상 관객수가 늘어난 것에 비하면 마이너스와 다름없다.

관객수가 제자리 걸음임에도 입장 수입이 늘어난 건 올해 연간 회원권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SK는 올해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응원 지정석을 신설하는 등 좌석별로 연간회원권을 5만~30만원까지 높게 책정했다. 결국 두터워진 팬층이 아니라 입장권 가격 상승이 올해 최고의 수입을 거둔 배경이됐다.

타 구단에 비해 SK의 관람객 상승폭이 적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김성근 전 감독 경질에 따른 팬들의 외면이 원인이다. 실제로 SK는 올초 100만 관객 돌파를 장담했다. 하지만 지난 8월 중순 이후 김 전 감독 사임이후 경기장을 찾는 팬이 줄기 시작했다.

일부이긴 하지만 구단의 경질에 강력히 반발하는 팬층도 생겼다. 지역에서는 과거 인천을 헌신짝 처럼 버린 모 구단처럼 SK도 팬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일어났다. 30년전부터 야구로 인해 상처받은 인천 팬들의 마음에 그만큼 김성근이란 인물은 절대적이었다. 김 전 감독이 이룩한 성과(한국시리즈 3회 우승)에 인천 팬들은 어깨를 폈다.

이제 숙제는 4대 사령탑 이만수 감독에게 돌아갔다. 구단의 일방적 경질에 분노한 팬심을 어떻게 달래 주느냐가 관건이다. 올시즌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값어치가 높은 이유다.

/배인성 체육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