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달 중좌는 무표정한 얼굴로 기요과장의 말을 듣고 있다 고개를 끄덕였다. 기요과장은 용기를 얻어 한 마디 더 건넸다.

 『부부장 동지! 충성조와 환영구루빠가 다 조직되면 부부장 동지께 연락드리갔습네다. 그때 오셔서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십시오.』

 『좋소. 구루빠가 조직되면 연락하시오. 내레 누구누구레 거기 모였는지, 성원들 얼굴이라도 확인하고 올 테니까니….』

 『부부장 동지께서 길케까지 생각해 주신다면 저는 정말 힘이 솟습네다. 앞으로도 계속 몸과 마음을 다 바쳐 부부장 동지를 안전부장으로 모시갔습네다. 저의 충정을 받아 주십시오, 부부장 동지!』

 『고맙소. 앞으로 나의 숨은 일꾼이 되어 주시오. 많은 임무를 맡기갔소.』

 『고맙습네다. 무슨 일이든 말씀만 주십시오. 앞으로 조직될 충성조와 환영구루빠 성원들과 함께 부부장 동지의 총폭탄이 된다는 각오로 열심히 해 보갔습네다.』

 김문달 중좌는 총폭탄이 된다는 말이 마음에 든 듯 손을 내밀었다. 기요과장은 부부장이 내민 손을 잡고 잠시 고개를 조아린 뒤 김문달 중좌의 방을 나왔다. 자신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들썩해지면서 오늘 일은 대성공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말도 없고 표정도 없는 사람한테서 숨은 일꾼이 되어 달라는 말과 많은 임무를 맡기겠다는 장래 포부까지 유도해 내었으니 그 이상 대성공이 어디 있겠는가 말이다.

 그는 쇠뿔도 단김에 뽑으라는 말이 생각나 내친김에 안전과로 달려갔다. 조금 전 감찰과(수사과)로 들어가 낙원군 사회안전부 사로청(사회주의 로동 청년동맹의 약칭) 위원장을 포섭해 놓았으니 이제 당 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전과장을 선동해 충성조 성원으로 끌어들이면 당원과 비당원을 관장하는 사회안전부 내의 두 거두를 다 포섭한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는 김문달 중좌가 자신의 숨은 일꾼이 되어 달라는 말이 생각할수록 기분이 좋아 싱글벙글 웃으면서 안전과 사무실로 들어가는 나들문을 열었다.

 『여기 안전과는 사람이 찾아왔는데도 누구 한 사람 아는 체도 안 하는구먼. 안전과가 우리 기요과한테 길케 해도 괜찮을까?』

 기요과장은 문 앞에 앉은 안전과 리당(里黨)지도원 앞에서 더 들어가지 않고 농담을 던졌다. 리당지도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기요과장의 팔짱을 끼고 안전과장 자리로 안내하며 농담을 받았다.

 『아니, 과장 동지는 방금 도야지 뭐를 빼서 구워먹고 왔시요, 와 길케 심사가 배배 꼬여 있습네까?』

 『말은 씹어야 감치는 재미가 있지….』

 기요과장은 옆에 있는 리당지도원한테 조용히 하라고 눈짓을 한 뒤 주먹으로 안전과장 등뒤에서 의자를 두 번 똑똑 두들겼다.

 『이보시오, 안전과장 동지. 상통 좀 돌려보라요. 기요과장 리영기, 과장 동지한테 토의할 용건 있어 찾아왔습네다. 자리에 앉아도 되갔습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