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애인·선배 잇단 살인사건 … 유머 가미된 추리 소설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로 출간 즉시 150만 부를 돌파하며, 현재 가장 '핫'한 작가로 급부상한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미스터리 장편소설 <밀실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지식여행)가 출간됐다.

일본에서 2011년 서점 대상 1위를 차지하고, 국내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로 잘 알려진 히가시가와 도쿠야는 추리잡지 <본격 추리>, <신 본격 추리>에 몇몇 단편을 발표하다가 2002년 신인 발굴 프로젝트인 '카파 온(Kappa-One)' 제1탄에 바로 이번에 뒤늦게 국내에서 출간된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가 선발돼 본격적인 데뷔를 했다.

그의 작품은 기존의 미스터리 소설과는 차별화된, 경쾌하고 유머가 돋보이는 중독성 있는 문체와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트릭을 곳곳에 배치해놓은 절묘한 서술 방식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는 많은 독자들로부터 데뷔작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완성도 높은 수작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이후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에서 배경이 된 가상의 도시 이카가와 시를 무대로 한 소설을 연이어 선보이며 '유머 본격 미스터리'라는 그만의 독특한 작풍을 완성했다.

'지바 현 동쪽, 가나가와 현 서쪽' 정도에 위치했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으면 무난하다는 능청스러운 설명과 함께 이카가와 시의 이름의 유래를 밝히며 소설은 시작된다.

소설은 도입부 자체로 충분히 미심쩍은 서막을 알리며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하기까지의 사흘 동안의 자취를 따라간다.

소설의 주인공 류헤이는 일본 영화계의 거장을 꿈꾸며 이카가와 시립대 영화학과에 입학했으나 학년이 올라가면서 현실 감각도 함께 높아져 거장의 꿈을 접고 직장 찾기에 여념이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이뤄놓은 것이 없어 불안하기만 한 3학년 말, 운 좋게 학교 선배(모로 고사쿠)의 도움으로 작은 영화사에 취업이 확정된다. 들뜬 마음에 취업이 됐다며 분주히 떠들고 다니던 중 돌연 여자친구 곤노 유키에게 이별 통보를 받는다. 류헤이는 여자친구에게 이별 통보를 받고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중에 기분 전환 겸 선배의 집에서 비디오를 보기로 한다.

그런데 그 날, 그의 전 여자친구는 누군가에게 등을 찔린 후 아파트 4층에서 떨어져 죽는다. 게다가 그날 밤 류헤이와 같이 있던 선배까지 칼에 찔려 죽는다. 당시 선배의 집은 완벽한 밀실 상태였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몰린 류헤이는 사립탐정 우카이 모리오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는 전형적인 밀실 살인과 본격 미스터리라는 틀 안에서 유연하고 경쾌하게 사건을 풀어나가는 히가시가와의 장기가 제대로 드러나 기존의 밀실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탄탄한 미스터리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종횡무진 활약하며 빚어내는 아슬아슬하고 재치있는 행동과 입담은 이 소설의 또 다른 재미다. 두 사람의 죽음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유머러스한 등장인물들 덕분에 경쾌하기까지 하다. 긴 호흡의 장편소설이지만 많은 부분이 인물들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어 시원시원하게 읽힌다.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는 저마다의 성격이 고스란히 묻어나며 소설의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마치 일본 특유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332쪽, 1만1천900원.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