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예총

자랑은 아니지만, 요즘 지역사회 일각에선 특히 여론 주도층과 지식인층에서 본 기자의 '책과 사람'이 화제로 심심찮게 등장하는 모양이다. 칭찬과 격려의 말씀부터 불손한 어투에 대한 따끔한 충고의 말씀까지 들려온다. 단 소리든 쓴 소리든 과분한 관심을 받다보니 본 기자 '책과 사람' 칼럼에 한층 심혈을 기울이게 되는데, 요즘은 이러한 관심이 슬그머니 부담으로 다가온다.

지역 일간지의 어려운 근무 여건 상, 한 가지 일에만 매달릴 수 없는 처지라 책에만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이 태부족이다. 일주일 동안 책 한권을 읽고 이를 요약하고 정리해서 양념을 뿌리고 맛깔스런 글로 소개하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게다가 지난주에는 본 기자, 독자들 모르게, 즉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위장과 변장을 하고 몰래 해외로 휴가를 다녀왔다. 휴가 중에서까지 업무와 연관된 독서행위를 하기가 싫어서 대충 손에 잡히는 소설 책 한권을 바나나 나무 그늘 아래서 뒹굴 거리며 망고를 씹어 먹으면서 읽었다. <개미>의 작가 베르나르베르베르의 <뇌>라는 소설인데 이 책을 이번 주에 소개할 건 아니다.

그렇다면 무슨 책을 소개하려고 이렇게 서두가 장황설인가. 이번 주에는 바로 인천예총에서 발간하는 <예술인천>이라는 잡지를 소개해보겠다. 휴가에서 돌아와 보니 책상 위에 <예술인천> 3·4호가 우편으로 발송되어 놓여 있었다. 책상 위 책더미에서 뒤져보니 지난해 겨울에 발간된 창간호부터 2호가 튀어나왔다.
<예술인천>은 인천예총의 기관지인데 여느 예술단체에서 발행되는 잡지와는 달리 초호화 올 컬러 도판이 인상적이다. 우선 커버, 즉 잡지 표지가 인천 미술인들의 작품으로 꾸며진 점이 클래식컬한 게 예사롭지 않다. 창간호 표지화는 원로화가 황병식 선생의 작품이 장식하고 있다.

2호는 역시 원로 여류화가 김옥순 선생의 '해바라기 군무'라는 작품이 실려 있으며, 얼마 전 발간된 3·4호 합본호에서는 노희정 선생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표지에서부터 인천 미술인들의 작품을 맛볼 수 있는 점이 이색적이란 얘기다. 여기에다가 미술평론가 이경모 선생의 평론을 통해 이들 원로 화가들의 작품세계를 접할 수 있는 덤까지 얻을 수 있다.

첫 장을 넘기면 인천의 시인들의 시편을 만나볼 수도 있다. 창간호에선 언론인 출신이자 시인인 고 한상억 시인의 '문학산 노래'가, 2호와 3·4호 에선 역시 작고 문인인 손설향 시인의 '부두'와 최병구 시인의 '항구에는'을 만나 볼 수 있다.

읽을거리도 다채롭다. 시인 조우성 선생은 '지나간 이야기' 꼭지에서 예총의 전신이 인천문총구국대였음을 풍부한 사료를 들며 밝히고 있으며 2호에선 박목월 선생과의 인연을 담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최근호인 3·4호에선 인천을 돌아봤던 우리 근현대 시인 및 문인들인 신재효, 김동환, 김동석, 조병화 시인의 시에서 인천의 옛 모습 속으로 문학기행을 떠난다.

시인 김학균 선생은 '흘러간 인천의 옛 이야기' 꼭지에서 인천 중·동구 일대를 거닐면서 골목길 구석구석에 깃든 인천의 예술혼과 인천 예술인들의 발자취를 좇고 있다. 특히 과거 인천 중구 일대의 다방문화가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인천문화의 산실이었음을 살펴보고 있는 점이 재밌다. 1953년 4월17일 등대다방에서 음악 감상회가 열렸던 일부터 1960년대 은성다방서 김찬회 유화전, 장선백 개인전, 장우홍 동양화전 등이 열렸음을 회고하고 있다. 김학균 선생의 회고에 따르면 다방은 인천문화의 산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성싶다. 이철명과 이규선의 금잔디다방 합동전, 은성다방에서의 우문국 소품전, 이재호의 개인전을 연 인형다방, 앙데팡당 미술전이 열린 명다방까지 ….

비록 요즘의 예술잡지의 화려함을 찾아볼 순 없지만 인천 예술의 뿌리로부터 오늘날의 예술을 접목시키고 있는 점에서 한마디로 <예술인천>을 보고 있는 시간은 클래식 음악이나 트로트를 들으며 인천의 옛 거리를 산책하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그런지 본 기자는 부디 <예술인천>이 더 많은 지역 예술인들에게 읽히고 인천의 문화예술에 관심을 갖고 있는 시민들에게 널리 읽혔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